악재 잇따라도 손 못 쓰는 조직위
실제 출입증 AD카드 위조하거나
돌려쓰는 이들 속속 드러나기도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노로바이러스 사태, 자원봉사자 처우 논란, 개회식 돌발사고, 출입증 위조 등 잇단 악재에 속수무책이다.
조직위는 지난 9일 한국계 미국인 박모(37)씨의 개회식장 난입 사고가 일어난 뒤에 별도로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았다. 그는 무대에 난입해 셀카를 찍는 등 소란을 부렸다. 박씨는 지난 10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도 자유롭게 모습을 드러냈고, 경기가 끝난 뒤 화장실에 머무르다 경찰에 검거됐다.
조직위가 경찰에 신고를 하거나 박씨 인적사항을 넘겨준 적은 없었다. 경찰이 언론 보도 등을 보고 인지수사를 했다. 강원지방경찰청 평창경찰서는 “난입 사건에 대한 보도 이후 올림픽플라자 인근에서부터 박씨 관련 정보를 탐문했다”며 “10일 하키센터 CP(커맨드포스트)의 도움으로 박씨를 검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직위는 박씨 검거 보도가 나온 뒤 경찰에 연락을 취했을 뿐이다. 경찰 관계자는 “개회식장과 관동하키경기장 등에서 출입 통제를 받는 건 경찰도 마찬가지”라며 “조직위가 지난 9일 개회식장 소동 이후에라도 박씨에 대해 귀띔했다면 경찰이 미리 조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불구속 입건됐다.
대회 첫날부터 매일같이 계속되는 박씨의 기행을 두고 조직위의 보안 실패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주변 목격자들에 따르면 박씨는 여전히 경기장 등 다양한 현장을 자유로이 다니고 있다. 그는 지난 12일 강원미디어센터에 스파이더맨 가면을 쓰고 나타나기도 했다.
안전올림픽을 표방해 온 조직위는 보안 문제가 또 다른 악재로 떠오를까 긴장하는 모양새다. 실제 출입증으로 쓰이는 AD카드를 위조하거나 돌려쓰는 이들이 선수촌 안팎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11일 스페인 국적의 외국인이 가짜 AD카드로 강릉선수촌에 들어오려다 덜미를 잡혀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는 핀 트레이딩을 위해 선수촌에 들어가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직위는 그간 경기 외적으로 많은 난제에 부딪혀 왔다. 예기치 못한 노로바이러스 사태로 대회 관계자 수십명은 현재도 격리 조치 중이다. 조직위가 빈 관중석을 메우기 위해 자원봉사자들에게 ‘패션 티켓’을 지급한 일도 입길에 올랐다. “유니폼을 입지 말라”는 것이 자원봉사자들에 내려진 지침이었다.
최근 온라인 공간에선 평창올림픽 자원봉사자를 중심으로 ‘자원봉사자 권익추진 단체행동’이라는 모임이 생겨났다. 이들은 조직위로부터 ‘수송 문제’에 대한 명확한 개선을 약속받지 못하면 각종 결승 경기가 몰린 대회 막바지 기간에 단체행동을 할 계획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원봉사자는 “조직위가 말하는 ‘성공 올림픽 개최’라는 가치도 중요하지만, 개선 없이 계속 희생을 강요하는 식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