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문제아 제자를 아들로 입양한 어느 초보선생님

입력 2018-02-13 17:57 수정 2018-02-14 13:43
9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첼시 헤일리의 입양 이야기를 보도했다. 첼시헤일리 인스타그램

저는 미국 조지아주에 사는 21살 대학생 첼시 헤일리입니다. 제 꿈은 선생님입니다.

졸업하기 전, 진짜 선생님이 되기 위한 예행연습으로 루이지애나주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하기로 했습니다.

첫 날부터 수월하지 않았습니다. 제롬이라는 남자아이가 유독 힘들게 했습니다. 거칠었고, 산만했고, 불손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제롬을 보면 화부터 났습니다. 최대한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지만 자꾸만 따라와 심기를 건드렸습니다.

제롬에게 지칠 대로 지쳐 “선생님이 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저에게 너무 힘든 상대였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해보니 아이를 그렇게 혼내고 윽박지르며 화를 내는데도 늘 제롬은 제 옆에 있었습니다. 마치 제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것처럼 말이죠.

제롬을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늘 웃으며 대했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물론 야단도 쳤습니다. 하지만 이전처럼 감정적으로 대하지는 않았습니다. 쉽게 변하지는 않았지만 점점 좋아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뭐, 여전히 짓궂었고, 말썽을 부리긴 했지만요.

제롬은 어딜가든 제 옆에 붙어있었습니다. 어느 순간, 제롬이 “나에게 의지를 하고 있구나”라고 느끼게 되자 아이의 가정이 궁금해졌습니다. 아이가 지내는 환경을 살펴보고 싶었습니다.

가난한 가정환경, 아버지의 부재, 잦은 이사.

제롬은 홀어머니 함께 지낸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줄곧 할머니 품에서 지내왔죠. 아이는 어린 나이에 아빠와 여동생을 잃었고, 엄마에게 이 비극은 제롬과 갓 태어난 제롬의 남동생을 돌볼 수 없을 만큼 큰 시련이었습니다.

엄마는 제롬 형제를 할머니에게 맡겨두고 집을 떠났습니다. 할머니도 제롬 형제를 극진히 보살펴줄 형편이 못 되었습니다. 가난에 시달리며 이사를 자주 다니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학교에 적응할 수 없게 되었던 겁니다. 그리고 최근 다시 엄마와 만났지만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9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첼시 헤일리의 입양 이야기를 보도했다. 첼시헤일리 인스타그램

사정을 알게된 후 제롬을 더 살뜰히 보살폈습니다. 놀랍게도 제롬은 아주 모범생에 가까운 아이가 되었죠. 그렇게 시간이 흘러, 봉사활동을 마무리하고 제 자리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마지막이 다가올수록 자꾸만 제롬이 눈에 밟혔습니다. 꿈속에 까지 나와 제 옆을 맴돌았습니다.

운명이었을까요. 제롬이 제게 “엄마가 되어달라”고 말했습니다. 그 순간 저도 모르게 “나도 진심으로 간절히 그렇게 하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소식을 들은 제롬의 친엄마가 찾아왔습니다. 정말 제롬을 입양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제롬은 이미 아들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 길로 제롬과 제롬의 남동생 제이스를 입양했습니다.

저는, 아주 멋지고 듬직한 아들 두명을 한꺼번에 얻었습니다. 제롬과 제이스는 제 인생에 운명처럼 다가와서 세상에 둘도 없는 기쁨이자 그 자체로 제 삶이 되었습니다.

제롬과 제이스가 곁에 있다면, 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엄마입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