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비핵화’ 풀 남북 고위급채널 타진

입력 2018-02-12 21:52

정부가 3차 남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는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미국의 대북 예방전쟁론이 불거지자 미국 정부에 남북 대화를 통해 북핵 협상 테이블을 만들겠다고 설득했다. 하지만 북한이 호응하지 않는다면 한반도 안보 시계는 다시 6개월여 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북한과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각급 채널을 총동원하면서 한반도 주요국과도 ‘핫라인’을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북한 역시 최근 변화의 조짐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판단하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직접 특사 자격으로 방남했고, 남북 정상회담도 공개 제안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2일 “북한도 미국이 전략적 인내를 구사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보다 북핵 문제를 정책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있을 때 관계 정상화를 시도하려 할 것”이라며 “북한은 2000년 북·미가 특사를 교환하며 정상회담 직전까지 갔다가 무산됐던 걸 뼈아파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도 비핵화 논의를 전제로 문 대통령의 북·미 대화 요청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마이클 케이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한·미는 남북 간의 진척이 비핵화 진전과 병행되도록 최대의 압박을 위해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북·미가 대화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요청을 지지한다”며 “여기에는 한반도 비핵화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전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핵보유국 지위를 요구하는 북한이 기존 입장을 버리고 비핵화 논의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으로부터 비핵화 협상 의사를 받아내거나 미국으로부터 비핵화 논의 없는 북·미 대화에 나서도록 설득해야 하는 난관에 처한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과 비핵화 논의를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고위급 채널이 필요하다”며 남북 대화 채널을 확대할 방침을 밝혔다. 남북은 지난달 9일 고위급 회담에서 군사당국 회담, 고위급 회담, 분야별 회담 개최에 합의했다. 청와대는 우선 평창올림픽 폐막 직후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예정된 만큼 그에 앞서 군사당국 회담을 개최하고, 이후 장관급 대화 채널도 북한에 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정보원 라인과 1.5트랙(반민반관), 2.0트랙(민간)도 총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김여정을 내려보내면서까지 성의를 보인 것도 물밑에서 많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청와대는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에도 북한 대표단의 방남 결과를 설명하고 남북 대화에 대한 지지와 이해를 호소할 예정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빠른 시일 내에 통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도 주목된다. 중국은 그동안 남북 관계 진전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러시아와 일본에 대해서도 조만간 북한 대표단의 방남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