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가까이 연기자로 살아온 강동원(37). 그가 배우로서 감내해야 하는 ‘무게’에 대해 이야기했다.
1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강동원은 자신을 향한 선입견이나 편견 때문에 힘들었던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쉽사리 입을 떼지 못했다. 이전 시간대 인터뷰에서 관련 답변을 한 내용이 기사화돼 악성댓글(악플)이 많이 달렸더라며 멋쩍게 웃었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댓글을 많이 보는 편이냐는 물음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강동원은 “그분(악플러)들의 의견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아무리 악플이라 하더라도 하나의 의견이지 않나”라고 얘기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죽어라’라는 댓글이었단다. 그보다 더한, 차마 글로 옮기기 힘든 수위의 악담을 본인 입으로 읊으면서도 강동원은 덤덤함을 유지했다.
그는 “얼마나 아픔이 크면 그렇게까지 할까 생각했다”며 “배우로서 그분들을 치유해드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 또한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다. 그분들이 치유를 얻으실만한 영화를 만들면 되지 않겠나. 그것밖에 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법적 대응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면서 “‘현타’가 오긴 하지만 내가 더 열심히 살아서 설득해야 할 것 같다. 그분들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저도 대한민국 국민이니까”라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강동원은 “20대 땐 살아남기에 급급했다. ‘한 작품 안 되면 난 아웃될 수 있다’는 불안함이 있었다. 진짜 치열하게 살았다”고 회상했다. 안정적인 느낌이 들기 시작한 건 20대 후반쯤부터다. 그는 “이제 배우라는 일이 ‘내 직장’이란 생각이 든다. 내가 가진 직업의 의미가 뭘까 생각해보게 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저는 행복하기 위해 일을 해요. 그런데 주변이 불행하면 나도 진짜 행복한 게 아니잖아요. ‘좀 더 행복한 사회에서 일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그런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강동원은 “배우로서 관객들에게 어떤 사회적 이슈를 영화적으로 전달할 수도, 단순히 즐거움을 드릴 수도 있다. 내가 느끼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로 풀어 세상에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며 “그런 게 결국 배우로서의 사명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강동원은 오는 14일 영화 ‘골든슬럼버’로 스크린에 돌아온다. 평범한 택배기사(강동원)가 대통령 후보 암살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면서 벌어지는 도주극. 극 중 강동원은 억울하게 누명을 쓴 택배기사 김건우 역을 맡아 뛰고 또 뛰는 열연을 펼쳤다. 김의성 윤계상 한효주 김성균 김대명 등이 함께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