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화재로 192명 사상자가 난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은 자가발전시설을 ‘중고품’으로 구색만 갖춰 설치하고 응급실에도 ‘아르바이트 의사’를 배치하는 등 수익금을 병원 관리에 제대로 투자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 병원이
속칭 ‘사무장 병원’ 형태로 운영됐다고 판단해 이에 대한 본격 수사에 나섰다.
경찰 세종병원화재수사본부는 12일 중간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병원 관계자등 11명을 입건하고 이중 효성의료재단 이사장 손모(55)씨와 소방안전관리 책임자 김모(38)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또 병원장 석모(54)씨, 재단 관계자 우모(59)씨, 밀양시 보건소 공무원 2명, 당직·진료를 대신한 ‘대진의사’ 3명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입건된 보건소 공무원 2명은 세종요양병원에 비상 발전기가 없는데도 있는 것처럼 허위공문서를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세종병원을 운영한 효성의료재단이 과밀병상, 병원증설 등으로 수익을 얻었지만 건축, 소방, 의료 등 환자의 안전과 관련된 부분은 부실하게 관리해 대형 참사가 발생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특히 이사장 등 병원 관계자들이 비영리 의료법인을 영리 목적으로 이용한 정황을 포착해 병원 운영 전반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효성의료재단이 자가발전시설 부재를 지적받자 용량이 부족한 중고 발전기를 구입해 형식적으로 설치하고 응급실 당직 의사도 알바 의사를 데려다 쓰는 등 수익금의 재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영리를 추구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또 국립건강보험공단 직원을 지원받아 보험급여 등이 제대로 청구됐는지도 수사 중이다. 비의료인인 이사장이 2008년 의료재단을 인수하게 된 과정도 살펴보고 있다.
밀양=이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