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의 자기소개 “국무위원장 특명을 받고 왔습니다”

입력 2018-02-12 10:21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국무위원장의 특명을 받고 왔습니다”라고 자기를 소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는 12일 당시 김여정의 발언을 설명하며 “특사”라는 말 대신 “국무위원장 특명”이란 표현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김정은’이란 이름은 언급하지 않은 채 ‘국무위원장’이란 직함만 말했다.

김 제1부부장은 이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친서는 A4 용지 3분의 2 정도 분량이다. 김 위원장이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것은 처음이다. 친서가 든 파란색 파일의 표지 위쪽에는 북한의 ‘국장(國章)’이 금박으로 새겨졌다. 아래쪽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 직함이 음각돼 있었다.

북한은 당을 최우선시하는 체제지만, 외교를 위한 특사 파견인 만큼 국가기구인 국무위원회 위원장 직함을 사용한 것이다. 정상국가임을 강조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김여정이 친서를 검은색 ‘007가방’에 담아 와서 전달할 때 ‘국무위원장 특명’이란 표현을 쓴 것도 같은 이유로 해석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김여정에게 친서를 건네받은 뒤 파일을 열어 내용을 확인하고 다시 덮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건넸다. 임 실장은 곧바로 송인배 제1부속실장에게 전달했다. 문 대통령 외에는 친서를 읽어본 사람은 없는 셈이다. 청와대는 11일 “외국 정상이 보낸 친서는 우리 정상만 확인하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친서를 읽을 때 별다른 표정 변화는 없었다고 한다. 친서 분량은 많지 않아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및 향후 남북 관계 개선을 기대하는 정도의 내용이 담겼을 것으로 보인다. 평양 방문을 초청하는 내용일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은 2014년 12월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친서를 전달한 적이 있다. 이 여사와 현 회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3주기에 추모 뜻을 전한데 대한 답례 차원이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