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에 침대서 떨어지고 화장실서 넘어지고… ‘노인 수난’

입력 2018-02-12 08:57
11일 오전 5시3분쯤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북서쪽 5km 지역에서 규모 4.6 지진이 발생해 북구 장량동 상가 외벽이 떨어지고 유리창이 파손되어 있다. 뉴시스

경북 포항에서 규모 4.6 지진이 발생한 지 이틀째인 12일 피해 신고가 잇따라 추가로 접수되고 있다. 거의 없었다고 알려진 공공시설 피해가 속속 확인되고 부상자도 늘었다. 특히 노인들이 지진 진동에 의한 ‘낙상’으로 골절상 등을 입는 경우가 많았다.

포항시는 12일 오전 현재 공공시설 54곳에서 지진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학교 47곳과 여객선터미널, 사찰인 보경사, 포항역 등이다.

특히 도지정문화재인 보경사 대웅전은 내부에 균열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보조 기둥에서 균열이 나타났으며 목조 부자재가 뒤틀리면서 틈이 발생했다. 포항시는 전문 학예연구사와 함께 진앙지 인근 송라면 보경사를 정밀 조사한 결과 지난해 지진 당시 발생한 법당 내부 벽면의 균열과 탈락이 11일 지진으로 확산됐다고 밝혔다.

추녀 밑을 받치는 보조 기둥인 활주도 평소 안쪽으로 형성돼 있었으나 이번 지진으로 바깥쪽으로 크게 휘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지붕을 받치는 대웅전 목조 자재에는 뒤틀림 현상으로 틈이 발생했다. 처마 밑에 있는 목조 부재 일부가 바닥으로 떨어지기도 했으며 대웅전 포벽에도 외부 균열이 있었다.

지진 부상자는 40명으로 전날보다 4명 늘었다. 80대 노인인 박모씨는 포항 북구 용흥동 자택 화장실에서 넘어져 왼쪽 다리가 부러졌다. 북구 흥해읍에 사는 A(85·여)씨는 침대에서 떨어지며 옆구리 통증을 호소해 인근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이모(21)씨는 남구 효자동 포항공과대학교에서 대피하다가 넘어져 머리를 다쳤다.

포항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들을 포함해 5명이 입원 중이고 나머지 35명은 경미한 상처를 입어 자력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귀가한 것으로 파악했다. 사유시설 피해신고는 80건으로 전날과 같았다. 포항시는 지난해 지진 때 안전 C등급과 D등급을 받은 건축물을 긴급 점검할 예정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앞으로 피해신고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