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간판 이승훈(대한항공)이 5000m에서 막판 스퍼트의 저력을 보이며 중간순위 선두에 올랐다.
이승훈은 11일 오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5000m에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출전해 6분14초15의 기록을 냈다. 개인 최고기록인 6분7초4에는 조금 못 미쳤지만 앞서 레이스를 마친 10명의 선수 중 가장 좋은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승훈은 이날 5조 인코스에서 달렸다. 상대는 2014년 소치에서 4위에 오른 적 있는 벨기에의 장거리 강자 바르트 스빙스였다. 이승훈은 무난한 출발을 보였다. 이내 경기 중반쯤 전체 4위까지 처지며 힘든 레이스를 펼쳤지만 3800m 구간부터 스퍼트를 내며 치고 올라갔다.
이후 4200m 지점에서 2위로 올라섰고, 마지막 한 바퀴를 남긴 상황에서 폭발적인 스퍼트를 뽐내며 선두로 나섰다. 1위로 결승 지점을 통과한 이승훈은 자신의 경기에 만족한 듯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승훈의 최종 결과는 11조의 모든 선수가 경기를 마친 뒤 결정된다. 네덜란드의 빙상 영웅 스벤 크라머와 세계기록 보유자인 캐나다 테트-얀 블로먼이 경기를 앞두고 있어 아직 이승훈의 메달권 진입은 안개 속에 있다.
그러나 이승훈이 주종목인 매스스타트와 팀추월에 앞서 경기장 빙질과 분위기를 익힌 것 만으로도 큰 성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제갈성렬 SBS 스피드스케이팅 해설위원은 “메달보다는 주종목에 앞선 몸풀기로 봐야 한다”며 “주력 종목 준비에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