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억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귀국해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가 평창에 찾아온 이유를 밝혔다. 그는 “김정은 정권의 잔혹성을 일깨우기 위해서 왔다”며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웜비어는 10일(현지시간) 미국 CBS 인터뷰에서 “북한 정권이 내 아들을 어떻게 다뤘는지, 그 진실을 말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은 다른 수많은 사람들에게도 같은 짓을 하고 있다. 내가 아들 오토의 목소리가 돼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웜비어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9일 평택 해군 제2함대 사령부에서 탈북자 4명을 면담하는 자리에도 함께했다. 웜비어는 “(탈북자들이) 수십 년 동안 김씨 정권 아래에서 겪어온 고통과 시련 때문에 그들 곁에 있기가 힘들었다”면서 “그런 점에서 그들을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아들이 겪은 시련을 떠올리며 탈북자들과 유대감을 형성했다는 의미다.
웜비어는 북한의 올림픽 참가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일행의 개막식 참석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은 올림픽에 진정으로 참여하고 있지 않다”며 “(북한의 행보를) 올림픽 정신이라는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 선수들은 올림픽 선수촌에서 다른 선수들과 생각을 교류하거나 진정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북한 선수의 올림픽 참가는) 정치적 선언”이라고 주장했다.
또 펜스 부통령이 자신을 올림픽 대표단에 초청한 것이 정치적인 제스처라고 보는 일부 시각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나에게 평창 방문은 정치적인 것이 아니다. 북한은 자기네 기준에 따라 오토를 다뤘는데, 그게 북한이 일하는 방식”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웜비어는 방송에서 북한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유지하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방북 초청을 받은 것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대화를 통해 남과 북이 보다 열리고 자유로운 북한을 향해 나아가기를 희망한다”며 “오토와 우리 가족에게는 너무 늦은 일이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보다 더 나아지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