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응원단 가면, 정말 김일성일까… 탈북인 “북한서 상상도 못할 일”

입력 2018-02-11 13:22
북한 응원단이 10일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남북 단일팀과 스위스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예선 1차전 도중 단체로 가면을 착용한 채 응원하고 있다. 강릉=김지훈 기자 dak@kmib.co.kr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경기에 등장한 북한 응원단 가면을 놓고 논란이 불거졌다. 이 가면에 묘사된 인물이 김일성 주석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북한 전문가들의 생각은 달랐다. 이들은 “최고 존엄의 얼굴을 가면으로 사용하는 건 북한 정서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탈북인단체 관계자는 11일 “북한에서 최고 존엄의 얼굴을 형상화한 가면을 착용할 수 없다. 제작조차 용납되지 않는다. 신격화된 인물의 가면을 어떻게 얼굴에 쓸 수 있겠는가”라며 “(북한 응원단 가면) 사진을 봤다. 김일성이 아니었다. 일반 남성의 사진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대북연구단체 관계자는 “김일성 가면을 얼굴에 쓴다는 주장은 북한 정서상 논리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며 “상황에 따라 (김일성 가면을) 썼을 수도 있다. 다만 경기장에서 그 가면을 쓸 이유가 있었을지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응원단보다 북한 예술단 공연에서 피날레로 사용된 ‘다시 만나요’의 가사에 체제선전 목적이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북한 응원단은 남북 단일팀과 스위스의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1차전이 열린 지난 10일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 얼굴 가면을 단체로 착용했다. 이 남성이 1994년 사망한 북한의 1대 최고 권력자 김 주석과 닮아 논란을 촉발했다. 김 주석은 현재 북한 최고 권력자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조부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장내에서 정치·민족·이념적 선전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장내에서 선수 유니폼에 새겨진 문구·그림은 물론 관중석의 깃발·플래카드·응원도구도 제재를 당할 수 있다. 북한 응원단이 실제로 김 주석의 가면을 사용했을 경우 IOC 차원의 징계를 받을 수 있다.

다만 북한 응원단의 가면 속 인물이 실제로 김 주석인지를 놓고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 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함께 있는 공간에서 북한 응원단이 한국을 자극할 상황을 만들었을지 미지수라는 것이 북한 전문가들의 보편적인 의견이다.

더욱이 이 가면에서 눈 부분은 뚫려 있었다. 북한에서 김 주석의 인물화 훼손은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부 가면은 응원 과정에서 바닥에 떨어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주석의 가면이 아닐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현장에 있는 북측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북한 응원단 가면에 그런 의미(김 주석 얼굴을 활용한 체제선전)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김철오 기자, 강릉=이형민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