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단일팀, 스위스에 0대 8 패배… 뜨거운 응원전 감동

입력 2018-02-10 23:24
10일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예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내외,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장이 참석해 응원을 하고 있다. 강릉=김지훈기자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역사적인 첫 경기에서 완패했다. 하지만 단일팀은 남북을 하나로 묶는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세라 머리 감독이 이끄는 단일팀은 10일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스위스와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0대 8로 패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등과 함께 경기를 관람하며 단일팀을 응원했다.

100명 규모의 북한 응원단은 붉은색 점퍼와 바지 차림으로 경기장에 등장했다. 경기가 시작되기 20분 전부터 ‘옹헤야’, ‘반갑습니다’ 등을 부르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경기가 시작되자 “이겨라, 이겨라, 우리 선수 이겨라”, “우리 민족끼리”, “우리는 하나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뜨거운 응원에 나섰다. 일사불란한 응원이 끝날 때마다 관중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응원단은 관중과 응원을 주고받으며 경기장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단일팀과 맞붙은 스위스는 세계 랭킹 6위의 강호다. 2006년 토리노 대회 7위, 2010년 밴쿠버 대회 5위, 2014년 소치 대회 동메달을 차지했다. 단일팀은 첫 경기에서 강팀을 만나 긴장한 탓인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단일팀의 첫 경기 22명 라인업엔 북한 선수 정수현, 김은향, 황충금이 이름을 올렸다. 부상 때문에 훈련을 제대로 소화가 못했던 캐롤라인 박(박은정), 랜디 희수 그리핀은 엔트리에 포함됐다. 대표팀 골리는 신소정이 맡아다.

스위스는 1피리어드 초반부터 단일팀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단일팀은 수비에 치중하며 역습으로 골을 노렸다. 1피리어드 8분 32초 파워플레이(상대 선수의 퇴장으로 일해 수적으로 우세해진 팀이 펼치는 플레이) 기회를 맞았지만 오히려 10분 23초 선제골을 허용했다. 이어 1분 후 두 번째 골을 허용했다. 북한 응원단은 단일팀을 향해 “힘내라, 힘내라” 하고 응원을 보냈다. 하지만 단일팀은 1피리어드 막판 또 한 골을 헌납하고 말았다. 단일팀은 세 골 모두 스위스의 특급 공격수 알리나 뮐러에게 허용했다.

2피리어드에서도 경기 흐름은 달라지지 않았다. 단일팀은 경기가 재개되자마자 또 골을 내줬다. 이번에도 뮐러가 넣었다. 단일팀은 2분 20초에 피비 스텐츠에게 골을 내줬고, 스코어는 0-5로 벌어졌다. 단일팀은 2피리어드 종료 2분 41초 전 6번째 골을 허용했다. 더 이상 승부는 의미가 없어졌다. 단일팀은 첫 골을 넣기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북한 응원단과 관중은 마지막까지 단일팀에 열띤 응원을 보냈다. 뜨거운 민족애를 확인한 순간이었다.

단일팀은 12일 오후 9시 10분 같은 장소에서 스웨덴과 2차전을 치른다. 지난 4일 단일팀은 스웨덴과의 평가전에서 1대 3으로 패한 바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