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워지기 힘든 美北…“평창서 北에 한미일 동맹 과시” VS “사람 값 못 가는 미국 것들 만나러 온 것 아냐”

입력 2018-02-10 13:50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국민의례하는 문재인 대통령 내외, 김영남 김여정, 미 펜스 부통령. AP뉴시스

미국은 펜스 부통령이 전날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과 사전 리셉션에서 보인 행동을 두고 ‘외교적 결례’라는 비난이 나오는데 대해 백악관이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다.

전날 펜스 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이 주최한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사전 리셉션에서 북한 측 고위급 대표단장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빼고 나머지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백악관 관계자들은 이날 평창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부통령 전용기 안에서 미국 취재단에 “펜스 부통령이 리셉션에서 북한 측 대표단을 고의로 피한 것이 아니며 단순히 그가 다른 사람들과 인사하는 거리에 북한 대표단이 앉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또 “펜스 부통령과 북한 측 대표단 간 교류(인사)가 없었던 것은 상호적(mutual)인 것이었다”며 “양 쪽 모두 펜스 부통령과 북한 간의 만남을 주선하려 한 한국 관계자들의 노력을 거절한 것”이라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만 만남을 거부한 것은 아니었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북한 대표들이 먼저 펜스 부통령에게 따뜻하게 접근했다면 펜스 역시 사교적인 인사로 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를 먼저 건네지 않은 것은 미국만이 아니라 북한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9일 강원 평창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위원장과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대화 하고 있다. 뉴시스

관계자는 특히 “펜스 부통령이 개막식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앉았던 박스 좌석 가까이에 북한 측 대표단이 앉게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그가 그 자리에 앉기로 선택한 것은 김정은 정권에 무언의 통합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펜스 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문 대통령이 그들(북한)의 바로 앞에 앉은 것을 보고 동맹은 강하다는 것을 느끼게 하려 했다”며 “펜스 부통령은 언제라도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곳에 앉을 수 있었으나 그렇게 되면 북한이 한국, 일본과 같은 좌석에 앉아 있는 걸 보게 됐을 것이다. 그는 (끝까지) 그 곳에 머물렀다”고 설명했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9일 오전 경기 평택 해군 2함대에서 탈북자와 면담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이 10일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을 찾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맹비난했다. “올림픽 분위기와는 다르게 반공화국 대결모략 광기를 부려댄다”는 것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신성한 올림픽까지 대결모략에 악용하는 비열한 추태’라는 제목의 개인 필명 논평에서 펜스 부통령이 청와대 만찬 회동에서 비핵화를 언급한 것과 탈북민을 면담한 것, 천안함기념관을 방문한 것 등을 거론했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9일 오전 경기 평택 해군 2함대를 방문해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김병주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등 관계자들과 함께 서해수호관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신문은 “존엄 높은 우리 정권을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악설로 꺼리낌 없이 모독하는 광대극까지 벌려 놓았다”고 비난했다. 이어 “남의 대사에 손님으로 왔으면 구경이나 할 노릇이지 판을 깨기 위해 주먹질을 해대며 악설을 늘어놓는 펜스의 망동은 꼴불견이 아닐 수 없다”며 “펜스는 인류문명과 지성을 꽃피우는 올림픽을 미국 국회 마당쯤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또 “우리가 남조선에 고위급대표단을 파견한 것은 결코 사람 값에도 못 가는 미국 것들을 만나 북미 대화의 선이나 연결하기 위해서가 아니다”라며 “우리는 미국처럼 올림픽과 같은 체육축전까지 정치적 목적에 악용하는 비열하고 너절한 짓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