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고위급 대표단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 1부부장과 10일 오전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만났다. 북한 인사가 청와대에서 식사를 하는 것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11월 남북 총리회담 이후 10년 2개월 여 만이다.
이날 김 상임위원장과 김 제 1부부장을 비롯해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등 총 4명이 북측 대표단으로 청와대를 찾았다. 김 제 1부부장은 검은색 정장에 수수한 화장을 하고 등장했다. 이어 긴장한 듯 다소 굳은 표정으로 북측 인사 중 가장 먼저 자리에 앉았다.
대표단은 테이블 좌측부터 최 국가체육지도위원장, 김 상임위원장, 김 제 1부부장, 리 조국평화통일위원장 순서대로 자리했다. 김 제 1부부장은 가지고 온 파란색 서류철을 테이블 위에 올려뒀다. 이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대남지시를 포함한 면담 자료일 것으로 추측된다.
뒤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함께 나타났다. 우리측 인사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 서훈 국정원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먼저 본관에 도착해 북측 인사를 맞이했다. 문 대통령은 어두운 회색 양복에 푸른색 넥타이를 맸다. 문 대통령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대표단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김여정, 김영남과 마주하고 앉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김여정에게 “추운 날씨에 밤늦게까지 고생 많으셨다”며 첫인사를 건넸다고 전했다. 김여정은 “대통령께서 마음을 많이 써주셔서 괜찮았다”고 답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전날인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을 함께 관람했다.
이후 본관 충무실로 자리를 옮겨 오후 12시부터 오찬이 시작됐다. 오찬 메뉴로 강원도산 황태 요리, 북한을 대표하는 백김치, 남한을 대표하는 여수 갓김치 등이 준비된 것으로 알려졌다. 건배주는 제주 한라산 소주이고 후식은 천안 호두과자와 상주 곶감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반도의 8도 음식이 다 들어갔다”고 전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