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남 “담배 하나 피울까… 지금 기온이… 우린 동양예의지국”

입력 2018-02-09 15:25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이끄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9일 인천공항에 도착해 의전실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환담했다. 김영남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서울과 평창의 날씨를 묻고 “민족의 긍지”를 말했다. 그는 “예전에도 우리는 동양 예의지국으로 알려져 있는 그런 나라”라며 “이것도 우리 민족의 긍지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고 했다.

언론에 공개된 환담 초반 대화는 이렇게 이어졌다.

김영남: (손으로 안쪽 좌석을 가리키며) 여기서 기다립니까?



조명균: 네. 한 5분 정도 계시면 될 것 같습니다.



김영남: 담배 한대 피울까.



김영남: 그림만 봐도 누가 남측 인사고 누가 북측에서 온 손님인가 하는 것을 잘 알겠구먼(웃음).



조명균: 네 (웃음)



김영남: 지금 대기 온도가 한 몇 도나 되나.



조명균: (실무자에게) 지금 온도가 어떻게 되나?



실무자: 15도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조명균: 15도?



김영남: 평창 15도?



조명균: 많이 풀렸습니다



김영남: 15도. 평양 기온하고 별반 차이 없네.



조명균: 요 며칠 전까지는 좀 추웠습니다. 그런데 북측에서 이렇게 귀한 손님들이 오신다고 하니까 날씨도 거기 맞춰서 이렇게 따뜻하게 변한 것 같습니다.



김영남: 예전에도 우리 동양 예의지국으로서 알려져 있는 그런 나라임을, 이것도 우리 민족의 긍지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조명균: 네



김영남: 전에도 만나서 얘기할 때 동양 예의지국에 대해서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오후 1시46분 ‘김정은 전용기’로 알려진 PRK-615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편명 ‘PRK-615'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6·15 공동선언을 상징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게이트에 도킹한 북측 전용기 안으로 들어가 북한 대표단을 맞이한 뒤 함께 나왔다.

김영남 위원장은 의전실에서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에게 ‘상석’을 양보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김여정은 김영남의 권유를 웃으며 사양했다.

의전실에 먼저 입장한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입구에 잠시 멈춰 선 채 김여정 제1부부장이 뒤따라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김여정이 들어서자 함께 의전실 중앙의 테이블로 이동했다. 김영남 위원장은 자리에 앉으려다 김여정을 돌아보며 ‘가운데 의자’를 권하는 듯한 제스처를 했다. 이에 김여정은 웃으며 김영남 위원장이 먼저 앉도록 한 뒤 자신은 그 우측 자리에 앉았다. 이 과정에서 조명균 장관이 김영남 위원장에게 상석을 권하며 김여정을 거드는 모습도 보였다.

김영남 위원장이 이끄는 고위급 대표단은 김여정, 최휘 국가체육지도자위원회 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 3명으로 구성됐다. 김성혜 조평통 부장, 리택건 민족화해협의회 중앙위원 등 16명의 보장성원(지원인력)과 기자 3명이 대표단에 포함됐다.

북한 대표단은 환담 이후 평창올림픽플라자에서 개최되는 개회식 참석을 위해 강원도 평창으로 이동한다. 김 상임위원장은 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올림픽 개회식 사전 리셉션에 참석한다.

이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전용기를 타고 평양을 출발해 서해 직항로로 남한에 왔다. 흰색 바탕의 전용기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글자 옆에 인공기가 그려져 있었다. 북한 대표단은 전용기 문으로 직접 연결되는 브릿지(이동형 연결 통로)를 통해 남측 땅을 처음 밟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는 이날 아침 제재 대상인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의 한국 방문을 공식 승인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