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판 문고리’ 김여정, 오빠 김정은 ‘친서’ 전할까

입력 2018-02-09 13:19 수정 2018-02-09 14:15

김정은은 여동생 김여정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걸까.

김정은 국무위원장 친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포함된 북한 평창동계올림픽 고위급대표단이 9일 한국을 방문한다. 11일까지 2박3일간 평창과 서울을 오가며 남북관계 사상 전례 없는 장면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여정이 오빠인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장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 친여동생 김여정 등 북한 고위급대표단이 이날 평양에서 전용기편을 이용해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온다.

남측에서는 조명균 통일부장관과 천해성 통일부차관,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등이 영접한다. 북한 대표단은 인천공항에 도착한 직후 강원도로 이동해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다.

북한 고위급대표단 방남에서 가장 주목받는 일정은 10일에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이다. 이 자리에서 김여정이 문 대통령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할지 주목된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여정이 오빠의 친서나 구두 메시지를 들고 오겠느냐”는 앵커의 질문에 “그거 아니면 올 일이 없는 사람 아니예요?”라고 되물었다.

정 전 장관은 “갑자기 김여정 직급이 부부장에서 제1부부장으로 올라갔다”며 “이번 대표단 속에서 비중이 높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잘해 보자는 원론적인 얘기하려면 (청와대에서) 왜 굳이 평창에 있는 사람보고 점심 먹으러 오라고 하겠나”라고 덧붙였다.

친동생인 김여정을 보낸 이유는 “속마음을 비교적 진솔하게 전달할 수 있는 통로라고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남북 관계를 어떤 식으로 풀어나갈 것인지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며 “아마도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남북)정상회담 관련 답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현정 앵커가 “그렇다면 김여정이라는 인물을 ‘김정은의 복심’ ‘김정은의 아바타’ 정도로 해석해도 되냐”고 묻자 정 전 장관은 “평양판 문고리”라고 답했다.

현재 북한 체제 특성상 쉽게 김정은 위원장한테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 하지만 김여정은 동생이기 때문에 경호원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문 대통령과의 오찬 이후 북한 고위급대표단 귀환까지의 일정은 아직 구체적으로 잡히지 않은 상태다. 김 국무위원장 메시지에 대한 남측 입장과 반응을 보고 조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