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과 맞담배 피우던 이병철, 넉달만에 한 계급 강등

입력 2018-02-09 12:56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016년 8월 24일 잠수함 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후 이병철 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함께 '맞담배'를 피우며 자축하고 있다. 노동신문

지난해 11월 화성 15형 발사 때부터 최근까지 자취를 감췄던 이병철 노동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이 8일 열병식 주석단에 모습을 드러냈다. 군 계급이 한 단계 떨어진 상태였다.

이 제1부부장은 지난해 10월 노동당 7기 2차 전원회의 때 당 중앙군사위원에 오른 사실이 확인된 후 자취를 완전히 감췄다. 신변에 변동이 생겼다는 관측이 나왔다. 4개월여 만에 열병식 주석단에 오른 그는 기존 대장(별 4개) 계급장 대신 상장(별 3개) 계급장을 달고 있었다.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의 오른편에 섰다.

조선중앙통신은 황병서의 후임인 김정각을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 ‘조선인민군 차수’로 호칭했다. 북한 매체가 김 국장의 임명 사실을 공식 확인한 건 처음이다. 당·정 간부 명단 중에선 이만건 전 당 군수공업부장이 눈에 띄었다. 그는 군수공업부장 자리를 태종수에게 넘기고 2선으로 물러선 것으로 추정됐으나 이번에 주석단에 나타나 아직은 역할을 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원로급 인사로는 김철만, 최영림, 이용무, 오극렬 등이 호명됐다.

2016년 8월 25일 북한 노동신문은 함남 신포에서 실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성공 소식을 전하면서 1면에 김정은의 사진 여러 장을 실었다. 사진 중에 미사일 개발을 총괄하는 이병철 제1부부장이 김정은과 맞담배를 피우는 모습도 찍혀 있었다.

당시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 시대 들어 회의 중 졸거나 박수를 건성건성 쳤다고 처형하는 등 공포정치를 펴고 있다”며 “최고지도자를 신(神)처럼 여기며 절대시하는 북한에서 김정은과 맞담배를 피운 건 김정은이 특별히 허락하거나 그만큼 각별한 사이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017년 11월 29일 평안남도 평성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5형’ 발사 현장에서 전일호 당 중앙위원(왼쪽 두 번째)과 담배를 피우고 있다.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5형’ 발사를 참관할 때도 ‘미사일 4인방’으로 꼽히는 간부와 맞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다시 노출했다. 그러나 4인방의 핵심인 이병철 제1부부장은 그 사진에 등장하지 않았다. 전일호 당 중앙위원, 유진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 조용원 조직지도부 부부장이 김정은 앞에서 담배를 손에 들고 있었다.

이병철은 2014년 항공 및 반항공군 사령관을 지내다 김 위원장에 발탁돼 당 고위직에 진출했다. 그가 공군지휘관 전투비행전술 대회를 잘 치러서 김 위원장 눈에 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그는 미사일 발사 때마다 김 위원장을 수행하며 존재감을 과시해 왔다. 김정식은 지난해 2월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 4호’ 발사를 총지휘하며 김 위원장에게 발사 과정을 직접 브리핑한 바 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