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직원들에게 격려금·포상금을 수령했다는 허위서명을 강요하고, 이 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혐의 등을 받는 신연희 강남구청장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신 구청장은 강남구청의 업무를 위탁받은 업체에 친척의 취업을 청탁한 혐의도 받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8일 “업무상 횡령, 직권남용, 강요 혐의가 인정되고 구청장 직권을 이용한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신 구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신 구청장은 2010년 7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구청 각 부서에 지급되는 격려금과 포상금 등 총 9300만원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를 받는다. 신 구청장은 “비서실장에게 개인 돈 1억 정도를 맡기고 필요할 때마다 달라고 해서 사용했다”며 “구청 돈을 횡령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횡령에 개입한 신 구청장의 비서실장은 암투병 끝에 2016년 3월 사망했다.
하지만 경찰은 지난해 7~8월 2차례 압수수색을 통해 자금 사용 내용이 적힌 장부와 파일을 확보하고, 강남구청 직원들로부터 격려금·포상금을 받지 못하고도 받았다고 허위 서명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신 구청장이 횡령한 돈을 지인의 경조사비나 화장품 구입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신 구청장은 2012년 10월 강남구청의 요양병원 운영을 위탁받은 의료재단 대표에게 자신의 제부인 박모(65)씨의 취업청탁을 강요한 혐의도 받는다. 박씨는 재택근무를 하면서 이메일로 한 달에 한 번 단가 비교표를 제출하는 단순 업무만 했지만, 2년 2개월간 급여가 총 1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직원의 2배에 달한다.
신 구청장은 취업청탁 의혹에 대해서도 숨진 비서실장이 한 일이라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신 구청장은 지난해 8월 경찰 압수수색이 임박하자 김모 전산정보과장으로부터 서버를 삭제하겠다는 보고를 받고 이를 승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 구청장은 서버를 삭제하는 김 과장을 방문해 ‘고생이 많다’며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구청장의 지시를 받고 업무추진비 자료가 저장된 서버를 삭제·포맷한 김 과장은 지난달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경찰은 신 구청장에 대해서는 증거 인멸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자신의 형사사건 증거를 인멸한 것은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서버 자료를 확보했다면 혐의 입증이 더 수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밖에 총무팀장으로 근무하면서 횡령에 개입한 구청 직원 3명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