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가자는 친구의 말에 염소 똥 치우러 집에 가야 한다며 거절하는 소년이 있습니다. 이제 겨우 16살인 소년은 “시골 사람은 힘이 있어야지 꾀를 부리면 안 된다”는 나름의 철학을 가졌습니다. 성인 남성도 힘들어 하는 트랙터도 척척 몹니다. ‘대농(大農)’을 꿈꾸는 ‘소년 농부’ 또는 ‘중딩 농부’, 한태웅군 이야기입니다.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에 사는 한군은 지난해 9월 KBS ‘인생극장’에 출연했습니다. 당시 15살이었던 한군은 할아버지를 도와 농사일 하는 소년 농부로 소개됐습니다. 투정 한 번 없이 마을 어른들을 돕는 대견한 모습과 구수한 사투리가 눈길을 끌었죠.
(@taeung2854)님의 공유 게시물님,
최근 한군은 SNS에서 스타가 됐습니다. 유튜브에 한군이 출연한 인생극장 방송분이 편집돼 올라오면서부터였습니다. 소년 농부보다 조금 더 유쾌한 중딩 농부라는 애칭까지 생겼죠. 얼마 전 인스타그램을 시작해 자신이 기르는 염소나 소 사진을 올린 것도 한몫했습니다. 게시글은 17개인데 팔로어는 90만명이 넘습니다. 아래에는 “난 중학교 때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몰랐는데 벌써 목표가 있는 게 멋있다” “기특하다” 등의 댓글이 연달아 달렸습니다.
한군은 10년 안에 소 100마리, 논밭 2만평 이상을 일구는 농사꾼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부자가 되고 싶어서는 아닙니다. 그는 “한 마지기 논으로도 대농이 될 수 있고, 염소 다섯 마리로도 대농이 될 수 있다. 돈이 많다고 부자가 아니다. 남들에게 베풀면서 가족과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했습니다. 어려운 철학서에 나올 법한 말을 정감 가는 말투로 늘어놓는 이 소년이 놀랍기만 합니다. 푸른 하늘, 논밭이 끝도 없이 펼쳐진 시골에서 소년은 벌써 행복한 삶의 비법을 깨우친 걸까요? 소년의 사려 깊은 마음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하루입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