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강진으로 피해를 겪고 있는 대만이 중국의 구조대 지원 제안을 거절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같은 내용을 대만 행정원의 대중국 창구인 대륙위원회 추추이정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만은 지난 4일 밤 대만 동부 화롄 인근 해상에서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5차례 발생한 데 이어 6일 6.0의 강진이 발생해 피해를 봤다. 이에 중국 정부는 실종자 수색 인력 등 구조대를 파견하겠다는 제안을 해왔다.
추추이정 대변인은 “양안 관계가 긴장에 놓인 상황에서 중국이 화해의 손을 먼저 내민 것으로 보여 이번 제안에 감사하다”면서도 “(구조를 위한) 인력과 지원이 이미 충분하다”고 밝혔다. 중국의 제안에 감사 인사까지 덧붙이며 유연하게 답변한 것이다.
그러나 대륙위원회가 “지진 구조작업에 어떠한 외부 도움도 필요하지 않다”는 성명을 발표하자 거절 의사를 표한 것이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최근 대만과 중국은 이른바 ‘하늘길 전쟁’을 치르며 신경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민항국은 지난달 4일 대만 해협 부근에 M503 등 항로 4개를 이용한다고 일방 통보했다. 대만은 이 결정에 즉각 반발하며 중국 동방항공과 샤먼항공의 춘절 특별편 176건을 불허했다.
황경이 대만 중국문화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만 정부는 중국이 대만에 구조대를 보내는 데 동의하는 것과 같이 화해로 여겨지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추추이정 대변인은 이같은 반응에 선을 그었다. 그는 중국과의 관계 회복 기회를 놓친 게 아니냐는 질문에 “지진은 자연재해다. 구조를 위해 인도주의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번 일을 정치와 연결해서는 안 된다”고 단호히 답했다.
대만에서는 7일 오후에도 5.7의 강진이 또 다시 발생해 30초간 화롄 전역을 크게 흔들었다. 중국의 구조대 파견 제안을 거절한 이후다. 8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진 피해로 인한 사망자는 9명으로 늘어났다. 또 현재까지 265명이 다치고 62명이 실종됐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