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외도를 추궁 당하던 아내가 실랑이 과정에서 건물 아래로 추락해 숨진 사건에 대해 1심은 “남편에게 책임이 없다”고 봤다. 항소심도 역시 “충분한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아 남편에게 사망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6부(정선재 부장판사)는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오모(50)씨에게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다만 예비적 공소사실로 적용한 상해죄는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다.
오씨는 2016년 9월 자신의 집 안방에서 아내 A씨가 바람을 피운다는 이야기를 듣고 격분했다. 오씨는 아내 머리와 얼굴을 수차례 때리며 내연남 전화번호를 물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코뼈가 골절되는 등 상처를 입었다.
A씨는 폭행을 피하려고 안방 옆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오씨는 화장실 문을 부수려고 시도했고 문이 열릴 위기에 놓였다. A씨는 화장실 창문에서 약 10m 아래 1층 바닥으로 추락해 현장에서 사망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화장실 문을 부수며 급박한 상황이 되자 A씨가 창문을 통해 몸을 피하려다 추락하게 됐다”며 오씨에게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1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가한 상해와 피해자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고, 증거도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항소심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A씨가 건물 구조를 잘 알기 때문에 남편을 피하기 위해 창문으로 뛰어내렸을 리 없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건물 구조를 잘 아는 A씨가 화장실 창문을 통해 외부로 탈출하려 했다고 생각하기 힘든 점 등을 종합하면 남편의 폭행을 피하려다 추락해 사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