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뭐라 안하세요?… 4년 월급 모두 기부한 시장님

입력 2018-02-08 06:41

이강덕 포항시장 소리없는 기부
2014년 취임 후 모든 월급 내놔
제천참사 때는 835만원 전달

“시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봉사하고 헌신하겠다는 게 스스로와의 약속이었습니다.”

지난해 11월 15일 발생한 지진 때문에 아직도 피해 복구로 분주한 이강덕(사진) 경북 포항시장의 잔잔한 기부가 큰 울림을 낳고 있다.

이 시장의 기부는 요란스럽지 않다. 기부 사실이 행여 외부로 알려질까봐 오히려 전전긍긍한다. 그야말로 ‘소리 없는 기부천사’인 셈이다.

이 시장은 지난달 충북 제천 화재 참사 성금으로 835만420원을 전달했다. 지난해 12월 급여 가운데 제세공과금 등을 제외한 전액이다. 이 시장이 제천 참사에 성금을 낸 데는 사연이 있다.

지난해 포항 지진 당시 인구 14만명의 제천시는 시장과 간부공무원들이 포항시를 방문해 1500만원의 성금을 전달하고 갔다. 앞서 지난해 봄 한방바이오 엑스포 행사를 개최했던 제천시의 도움 요청에 포항시가 적극 지원하는 등 두 지자체가 끈끈한 관계였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제천 참사 소식을 듣고 성금으로 보답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진 복구에 정신없는 직원들을 성금 모금에 동원하기 어려워 간부공무원만을 대상으로 성금을 모았다. 1400만원 남짓한 성금이 모였지만 뭔가 부족했다. 인구 50만명의 포항시가 인구 14만명의 제천시가 보낸 성금과 비슷한 금액을 전달해야 하는 게 맘에 걸렸던 이 시장은 결국 자신의 급여를 성금에 보탰다.

사실 그는 현직 시장임에도 포항 지진 성금으로 사비 1억16만원을 몰래 내놨다. 성금 기탁자들의 명단이 일괄 공개된 탓에 그의 바람과 달리 이 사실이 알려지게 됐다.

2년 전엔 시 장학회에 사비 1억2800만원을 기탁하기도 했다. 4년 전 포항시장 취임 이후 지금까지 받은 급여를 모두 사회에 환원한 것이다.

시장이 되기 전 2013년 해양경찰청장을 퇴임하면서 재직했던 10개월간의 급여 7030만원 전액도 해경 자녀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해양경찰청장 퇴임식 후 운전기사가 자택까지 관용차로 배웅해주는 관례를 사양하고 자신의 승용차를 직접 몰고 청사를 떠나 한동안 관가에서 회자되기도 했다. 이 시장은 2014년 시장 취임 이후 지금까지 관용차 대신 개인 자가용으로 출퇴근하고 있다.



포항=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