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산 “최영미 발언 용기 있지만 두 가지 문제점 있다”… 류근 “퇴물과 괴물”

입력 2018-02-08 10:30
사진=최영미 시인 페이스북

황정산 시인이 문단 내 성추행을 고발한 최영미 시인에 대해 “용기 있는 고발에 경의를 표하지만 발언에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밝혔다.

황 시인은 “최영미 시인의 인터뷰를 봤다”며 긴 글을 6일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최 시인은 이날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자신이 등단하던 시기에 만연했던 문단 내 성추행과 이를 묵인했던 당시 분위기를 폭로했다. 방송 전인 같은 날 오전, 최 시인이 지난해 ‘황해문화’ 겨울 호에 발표한 시 ‘괴물’이 크게 화제가 됐다. 괴물은 한 원로 시인의 성추문을 낱낱이 고발한 시다.

황 시인은 “작년에 황해문화에 발표한 시도 그렇고 이번 인터뷰도 그렇고 우리 문단의 적폐에 대한 용기 있는 고발에 일단 경의를 표한다”면서도 “하지만 두 가지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 시인은 인터뷰 내내 ‘메이저 문예지’라는 발언을 5번 이상 했다”며 “메이저를 구분하는 저런 의식이 이른바 메이저에 권력을 부여한 게 아닌가 한다”고 주장했다.

황 시인은 또 “(최 시인이) 사태를 너무 단순하게 설명해서 문단 사정을 모르는 일반 사람이 큰 오해를 할 수 있다”며 “성희롱이 만연했던 건 사실이지만 ‘청탁’과 ‘작품 조망’이 모두 그와 관련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황 시인은 “자칫 지금 조망 받고 있는 여자 시인들이 성희롱을 용인해서 뜨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며 “최 시인이 성희롱을 거부하다가 불이익을 받았으리라 생각하지만 그가 정말 뛰어난 시인임에도 성희롱을 참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문단에서 사장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사진=황정산 시인 페이스북

황 시인의 글은 그의 페이스북 팔로워들 사이에서 크게 논란이 됐다. 일부는 “최 시인의 언론에 대한 촉이 놀랍다” “왜 당시에 제대로 혼내지 않고 이제야 그러는지 모르겠다” 등의 댓글을 남기며 동의했다. 다른 시인도 “그녀의 시에는 베스트셀러가 되고 싶은 안달복달이 있다”고 했다. 시 괴물에 등장한 원로 시인의 실명을 언급한 류근 시인도 “퇴물과 괴물”이라는 댓글을 적었다.




하지만 또 다른 시인이 “최 시인의 역량은 보는 이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그의 용기를 성원한다”고 하자 황 시인의 글을 비판하는 댓글이 연달아 달렸다. 결국 황 시인은 “인터뷰를 보고 느낀 불편함 때문에 썼던 것”이라며 “제기하신 반론과 동의 모두 고맙다”는 글을 7일 다시 올렸다.



최영미 시인은 뉴스룸에서 “문단 권력의 요구를 거절하면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게 개인의 문제인가, 문단 전체의 문제인가”라는 손석희 앵커 질문에 “구조적인 문제다”라고 밝혔다. 그는 “예를 들어 젊은 여성 문인이 권력 있는 남성 문인의 술자리 요구 등을 거칠게 거절하면 그들이 편집 위원으로 있는 잡지에서 시를 청탁하지 않거나 작품집에 대한 기사를 써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손석희 앵커가 “괴물 청탁이 굉장히 오랜만이었던 이유가 최영미씨께서 어떤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이었냐”고 묻자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내가 거절한 요구는 한두 개가 아니다”라며 “(누군가) 복수했다면 그들은 여러 명이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