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감독을 성폭행해 유죄 판결을 받은 이현주 감독의 영화 ‘연애담’ 조연출이 피해자 A씨에 이어 추가 폭로에 나섰다. 조연출은 촬영 당시 겪었던 이현주 감독의 만행을 고발했다.
조연출 감정원씨는 “지난 2년간의 시간이 떠올라 글을 작성하게 됐다”며 “영화 현장과 재판 과정을 모두 지켜본 제삼자로서 한 사람을 매도할 의도는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시작하는 글을 6일 오후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감씨는 “연애담을 촬영할 때 이 감독의 폭력적인 언어와 비상식적인 행동 때문에 연출부 몇몇은 끝까지 현장에 남지 못했다”며 “이 감독 때문에 트라우마를 겪고 수차례 상담을 받은 스텝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촬영을 무사히 마쳐야 하고, 현장에 있다 보면 겪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해 침묵했다”고 덧붙였다.
감씨는 또 “염애담 이후 피해 감독 영화에도 조연출로 참여했다. 재판 과정을 지켜봤다”며 “재판이 진행될수록 이 감독은 자신이 여성 성소수자임을 권리 삼아 피해자를 매도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감독이) 피해 감독의 이전 작업물에 동성애적 성향이 있다고 주장했으면 피해자와 남자친구의 관계에 의심을 품기도 했다”고 말했다.
감씨는 당시 나서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하기도 했다. 그는 “폭력이 점점 더 큰 폭력으로 변해 피해자를 압박하는 것을 지켜봤다. 이 감독의 심경 전문을 보고 침묵한 것에 대해 반성했다”며 “성소수자라는 이름 하에 변명하고 권리를 행사하려는 것을 더는 지켜볼 수 없다”고 전했다.
이현주 감독은 2015년 만취해 의식이 없는 동료 여성 감독 A씨에게 유사성행위를 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성폭력 교육 40시간 이수 명령을 받았다. 사건은 A씨가 폭로 글을 SNS에 올리며 논란이 됐다. 이 때문에 이 감독은 한국영화감독조합에서 제명되고 지난해 받은 ‘2017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연출 부문 수상도 취소됐다.
다음은 감정원씨 페이스북 글 전문
저는 연애담 조연출 감정원입니다.
아래 기사를 접하고 지난 2년간의 시간이 떠올라 이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제 3자의 입장으로 영화 현장에서와 재판 과정을 모두 지켜본바, 한 사람을 매도할 의도는 없음을 분명히 밝힙니다.
연애담 현장에서의 일입니다.
연애담 촬영 당시 연출부들에게 폭력적인 언어와 질타를 넘어선 비상식적인 행동들로 인하여 몇몇은 끝까지 현장에 남아있지 못하였습니다.
이현주 감독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겪고 수차례 상담을 받은 스텝이 있었으나 무사히 촬영을 끝마쳐야 한다는 생각, 영화 현장에 있다 보면 겪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저는 침묵하였습니다.
연애담 이후 저는 피해자 감독님의 영화의 조연출로도 참여하였습니다.
촬영 기간 동안 재판 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프리프로덕션 과정에서부터 촬영까지 몇 차례의 재판이 있었습니다.
재판이 진행될수록 사건의 전말과는 상관없이 무게중심이 이상한 곳으로 쏠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이현주 감독은 자신이 여성 성소수자임을 권리삼아 피해자를 매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피해자의 이전 작업물들에 동성애적 성향이 있음을 주장하기도 하였으며, 피해자의 연인관계에 대한 의심을 논하기도 하였습니다.
폭력은 하나의 사건으로 끝나지 못하고 점점 더 큰 폭력으로 피해자를 압박함을 지켜보았습니다.
성소수자 라는 이름 하에 더 이상의 변명과 권리를 행사하려고 함을 이제는 침묵할 수 없습니다.
폭력은 젠더와 무관하며 피해자는 여전히 트라우마 속에 갇혀있습니다.
이하 이현주 감독 의 심경 전문을 접하고 씁쓸한 마음과 침묵하였음을 반성하며 스텝들과 배우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이 글을 남깁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