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은 무려 7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2년 영국 웨스트미들랜드에 사는 조지 커핀과 아이린 래닝은 같은 학교 친구로 처음 만났다. 당시 14살이었던 이들은 3년 동안 연애를 즐겼다. 몇 개월씩 가볍게 만나다 쉽게 헤어지는 또래와 달랐다. 하지만 결혼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각자 다른 사람과 결혼한 뒤 연락이 끊겼다.
래닝은 커핀과 헤어진 이후 두 번 결혼했고, 두 번 모두 사별했다. 커핀은 첫 아내와 65년을 함께 살았다. 역시 사별을 겪었다.
그들이 89세가 되던 해, 중학교 동창생의 부고를 들었다. 래닝과 커핀은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몇 십 년 만에 얼굴을 마주하게 된 둘. 겉모습은 달라졌지만 그들이 느꼈던 감정은 같았다.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다 결국 사랑에 빠졌다. 90세를 앞두고 있는 나이, 둘은 6개월의 연애기간을 거쳐 이달 말 결혼한다. 커핀은 “친구 장례식장에서 다시 만난 그녀에게 내가 먼저 전화를 걸었다. 우리는 함께 차를 마셨고 얼마 후 그녀에게 청혼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래닝은 “그는 머리가 하얗게 샜지만 여전히 멋있었고 유머러스했다”며 “처음 그가 전화했을 때 ‘누구세요’라고 물었더니 ‘당신의 오래 전 남자친구’라고 답해 놀란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