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강원도 강릉시청에서 만난 엄창섭(73) 가톨릭관동대 명예교수가 1.8m 길이의 흰색 목도리를 내밀었다. 100% 손뜨개질로만 제작되는 목도리는 평창 동계올림픽과 동계패럴림픽에 참가하는 각국 정상과 선수단, 지원단 등 2만여명에게 전달된다.
엄 교수는 동계올림픽 해외 참가자에게 흰색 목도리를 전달하는 ‘니팅 포 유(Knitting for you)’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당신을 위한 뜨개질’이라는 이름으로, ㈔K-정나눔이라는 단체가 주도하고 있다.
엄 교수는 “이기주의로 치닫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모든 것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려는, 경직된 사고에 젖은 사람이 많다”면서 “민주주의의 진정한 의미는 마음을 나누는 데 있다. 사람들의 상처 난 마음은 나눔의 감동으로 회복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정나눔은 뜨개용 실과 대바늘을 봉사자에게 택배로 전달한다. 손뜨개질로 목도리가 완성되면 주최 측은 봉사자가 기록한 감사카드와 목도리를 수거한다. 목도리는 깨끗하게 세탁한 후 태극마크를 부착해 감사카드와 함께 선수촌에 전달된다.
엄 교수가 지난해 3월부터 K-정나눔의 이사장직을 수락하고 임병두 사무총장과 함께 이 운동을 벌이는 것은 수제(手製) 목도리가 한국의 순수한 정서를 표현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한 땀 한 땀 직접 짠 흰색 목도리는 한국인의 따뜻한 정, 순수한 마음, 백의민족이 지닌 영혼을 상징한다”면서 “순수하고 자발적인 이 운동을 통해 한국인의 따뜻한 체온이 전달됐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지금까지 제작된 목도리만 9000여개다. 경비 일체는 K-정나눔 회원들이 사비를 털었다. 현재 이 운동엔 최문순 강원도지사 부인 이순우씨 등이 동참하고 있으며, 2001년 보스턴 마라톤대회 우승자인 이봉주씨가 홍보대사로 나섰다. 뜨개질 자원봉사에는 8세 어린이부터 80세 할머니까지 다양하다. 운동 취지에 공감한 강릉원주대는 사무실까지 내줬다.
한국시문학회장인 엄 교수는 1987년 강릉중앙감리교회에서 장로에 추대됐으며, 2016년 명예장로가 됐다. 그는 2011년 강원도가 동계올림픽을 유치할 당시 도민 2018명을 모아 도민합창단을 기획한 시민운동가다. 도민합창단은 당시 동계올림픽 실사단에 큰 감동을 주고 개최지 확정에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엄 교수는 희망더하기공간나눔이라는 단체의 이사장직을 2011년부터 7년간 맡으며 농어촌지역에 방치된 어린이들의 체험학습을 무료로 지원하기도 했다.
그는 “기독교인이 해야 할 일은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고 상처받은 사람들의 영혼 치유에 있다”면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문화와 예술로 그 감동을 회복시키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수님을 따르는 기독교인의 삶은 사회 화합과 통섭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뜨개질 자원봉사에 동참하려면 홈페이지나 팩스로 참가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jeongnanum.kr·033-651-2080).
강릉=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