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 공무원이 석 달 동안 직장 내 성희롱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연구기관은 여성이 피해 입은 것을 알고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머니투데이는 서울특별시 산하 연구기관의 여성 공무원 A씨가 입사 후 상사 3명으로부터 세 차례 성희롱을 당해 괴로워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뒤늦게 드러났다고 7일 보도했다.
A씨는 2013년 8월 서울시상수도연구원에 연구직 공무원으로 입사했다. 근무 성적이 나쁠 경우 면직될 수 있는 임시직이었다. 최연소 직원이었던 A씨는 성희롱을 당한 뒤에도 남편 B씨에게 피해 사실을 제대로 털어놓지 못했다.
A씨는 입사한 달 회식 장소에서 상사 C씨로부터 “모텔 가자”는 말을 들었다. 상사 D씨는 두 달 뒤인 10월 A씨를 포함한 여성 연구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체련대회가 1박 2일 일정이냐”고 묻는 한 후배에게 “나랑 같이 자게?”라고 말했다.
고난은 A씨가 ‘멘토’를 배정받고 나서도 이어졌다. 상수도연구원에는 신입 직원이 선임과 짝을 이뤄 업무를 배우는 관행이 있었다. A씨의 멘토가 된 E씨는 한 가수의 유출된 알몸사진을 보내주겠다며 C씨와 D씨처럼 A씨를 희롱했다.
A씨는 결국 상급자를 찾아 “성희롱이 재발하지 않도록 교육해달라”고 요청했다. 가해 직원들의 실명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A씨는 이때부터 은근한 괴롭힘에 시달려야 했다. A씨는 고교 동창에게 “상사가 사람들 다 있는 데서 ‘왜 소리쳐도 못 알아 듣냐’ ‘너 때문에 짜증 난다’ 등의 말을 한다”며 “다른 사람에게 ‘쟤 왜 저러냐’고도 했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2014년 5월까지 약 12회의 심리 상담을 받다가 우울증에서 헤어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울시는 그제야 C, D, E씨에게 각각 정직 1개월, 3개월,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남편 B씨는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유족보상금지급거부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서울고등법원은 A씨 피해 사실을 인정하고 “공단이 B씨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라”며 지난해 12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A씨와 가해자로 지목된 상사들 사이에 불화가 있었고 집단 괴롭힘이 실제로 가해졌을 수 있다고 봤다. 법원은 또 A씨 고용주인 서울시가 피해자의 문제제기에 따라 직장 내 성희롱 사건 발생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는 상황에서 신속·적절한 개선책을 실시하지 않았다며 서울시의 손해배상책임도 인정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