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57) 시인이 문단 내 성추행을 폭로해 주목을 받고 있다. 6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최 시인은 “등단할 무렵에는 일상화 돼 있었다. 그때 목격한 풍경은 놀라울 정도로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최 시인은 ‘괴물’ 지목된 유명 원로 시인의 성추행을 폭로했다. 최 시인이 지난해 계간 ‘황해문화’ 겨울호에 발표한 시 ‘괴물’은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K의 충고를 깜빡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미투)/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라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시에서 ‘En선생’으로 지목된 원로 시인은 6일 한겨레신문에 “아마도 30여년 전 어느 출판사 송년회였던 것 같은데, 여러 문인들이 같이 있는 공개된 자리였고, 술 먹고 격려도 하느라 손목도 잡고 했던 것 같다”며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오늘날에 비추어 희롱으로 규정된다면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뉘우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시인은 뉴스룸에서 “그 당사자로 지목된 문인이 제가 시를 쓸 때 처음 떠올린 문인이 맞는다면 굉장히 구차한 변명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는 상습범”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두 번이 아니라 정말 여러 차례, 제가 문단 초기에 데뷔할 때 너무나 많은 성추행과 성희롱을 목격했고 혹은 제가 피해를 봤다”고 덧붙였다.
그는 문단 내에 이런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냐는 손석희 앵커의 질문에 “제가 등단할 무렵에는 일상화 되어 있었다. 1993년 전후로 문단 술자리에 많이 참석했다. 그때 목격한 풍경은 놀라울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내가 문단이 이런 곳인지 알았다면 여기 들어왔을까? 그정도 였다”고 말했다.
최 시인은 또 “어떤 여성 문인이 권력을 쥔 남성 문인의 성적인 요구를 거절하면 특히 거칠게 거절하면 그들은 복수한다. 그들이 편집위원으로 있는 메이저 잡지에 회의를 하면서 그 여성 문인에게 시청탁을 하지 않는다. 그녀의 작품집이 나와도 그에 대해 한 줄도 쓰지 않는다. 원고를 보내도 채택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녀들의 피해가 입증할 수도 없다. 어디다 하소연 할 데도 없다. 그런 일이 몇 해 반복되면 그녀는 작가로서의 생명이 끝난다”고 꼬집었다.
최 시인은 “특히 독신의 젊은 여성들이 타깃이 된다”며 “이런 상황들은 일일이 제가 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아주 많다”고 밝혔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