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李 피해자로 결론
辛도 같은 논리 적용 여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나면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운명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신 회장은 이 부회장을 제외하고 국정농단 사건에서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유일한 재벌총수다. 검찰은 신 회장에게 징역 4년과 추징금 70억원을 구형했다.
신 회장은 롯데 면세점 특허사업권을 대가로 K스포츠재단에 70억여원을 공여한 혐의로 지난해 4월 재판에 넘겨졌다. 롯데 측은 심리 과정에서 줄곧 “부정한 청탁은 없었다”며 “공익사업 지원 요청으로 생각해 어쩔 수 없이 응했다”고 혐의를 부인해왔다. 삼성처럼 ‘피해자 프레임’ 전략을 고수한 것이다.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는 삼성의 논리를 받아들였다. 부정청탁 목적으로 검찰이 주장한 경영권 승계 작업도 실체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청탁할 목적이 없으니 이를 전제로 하는 제3자 뇌물공여죄는 무죄라는 게 항소심 재판부 결론이었다. 대신 “최고 정치권력자가 기업집단을 겁박한 사건”이라고 규정, 삼성은 공범이 아니라 피해자라고 판단했다.
비슷한 범죄사실을 구성하고 있는 신 부회장에게도 같은 논리가 적용될 여지가 있다. 신 부회장도 제3자 뇌물공여죄로 기소돼 검찰은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를 증명해야 한다.
검찰은 신 회장이 2015년 3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가진 오찬에서 면세점 관련 논의를 한 사실, 오찬 전후로 대통령과 단독면담을 가진 사실, 그 시점에 안 전 수석 업무수첩에 ‘lotte(롯데)’라고 적힌 것 등을 바탕으로 부정한 청탁이 오갔다고 보고 있다. 신 회장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가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처럼 부정청탁 여부를 까다롭게 판단하고, 안 전 수석 업무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신 회장 측에게 유리하다.
신 회장 선고는 오는 13일로 예정돼 있다. 같은 날 최순실씨와 안 전 수석도 선고를 받는다. 신 회장은 횡령·탈세 혐의로 기소됐던 사건에서는 징역 1년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롯데로서는 한숨 돌린 상황이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