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형량’ 이렇게 나왔다… ‘36억+횡령+위증’―‘대통령 강압’

입력 2018-02-07 06:2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내려진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 판결은 어떤 양형 산출법에 따라 결정됐을까.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3부는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공여한 뇌물 36억3484만원 및 가액 산정이 어려운 말·차량 사용이익만 유죄로 인정했다. 이에 따른 횡령액 36억3484만원, 국회 청문회에서 “최씨를 모른다고”고 위증한 혐의도 유죄로 봤다.

3개 혐의에 대한 법률상 처단형(형량의 하한 상한을 계산한 최종 범위)은 징역 1년6개월부터 22년6개월까지다. 법적으로 이 범위 안에서 선고가 나올 수 있었다는 뜻이다.

뇌물공여죄의 경우 1억원 이상이면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정한 기본 형량은 2년6개월∼3년6개월이 된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강압에 따라 수동적으로 뇌물을 줬다고 판단, ‘특별감경인자’를 반영했다. 해당 혐의에 대한 감경 형량범위는 2∼3년이다.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 횡령죄는 기본 권고형이 2∼5년이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1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횡령액 약 81억원 전액을 회사에 반환한 점을 특별감경인자로 적용해 감경 권고형인 1년6개월∼3년을 기준으로 잡았다. 국회증언감정법 위반의 경우 권고형이 10개월∼2년이다.

결국 다수범죄 처리 기준에 따른 이 부회장의 권고형 범위는 최하 징역 2년에서 최고 5년2개월로 나왔다는 게 재판부 설명이다. 재판부는 양형기준의 하한선에 가까운 2년6개월을 택한 뒤 집행을 유예하는 결정도 내렸다. ‘최고 정치권력자인 대통령이 최대 기업집단의 경영진을 겁박해 뇌물을 공여하게 했다’는 재판부 기본 인식이 짙게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79억원가량의 재산국외도피 혐의(50억원 이상은 최하 징역 10년)가 인정되지 않은 점도 형량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해당 혐의 무죄로 1심에서 부과됐던 추징금 37억원도 사라졌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6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유죄의 모양새만 갖추고 무죄를 선고한 것과 다름없다”며 항소심 판결을 비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