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을 맞아 외국인 전용 철도여행 패스를 판매한 코레일이 구매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값비싼 패스를 구매하고도 열차 좌석을 구하지 못한 사례가 많아 “패스를 구입한 의미가 없다”는 비난이 크다. 서울~강릉간 KTX를 올림픽 대표 이동수단으로 홍보한 만큼 해외 이용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창올림픽 철도서비스부문 공식후원사인 코레일은 지난해 10월부터 외국인 전용 ‘평창 코레일 패스’를 판매했다. 평창 코레일 패스를 구입한 외국인은 올림픽 기간 동안 코레일이 운영하는 모든 열차를 타고 전국을 여행할 수 있다. 가격은 5일권 16만8000원, 7일권 19만5000원. 코레일은 KTX를 타고 2시간 만에 강릉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평창 패스를 홍보해왔다.
문제는 올림픽 기간에 끼인 설 연휴(2월 14~18일)다. 국내 이용자와 해외 이용자의 ‘티켓 전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코레일은 지난달 16~17일 국내 이용객을 상대로 먼저 설 연휴기간 티켓 예매를 오픈했다. 평창 패스 이용자는 17일 오후 4시(한국시간)부터 예매가 가능했다. 해외 이용자들이 좌석을 확인 했을 때는 이미 모든 열차가 ‘매진’이었다.
문의 게시판이 폭주했다. 설 연휴기간 올림픽 경기를 예매한 외국인들은 “올림픽 관람객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티켓을 구매한 A씨는 “평창올림픽에 가기 위해 휴가를 내고 비행기, 호텔, 올림픽 티켓, 평창 패스까지 많은 돈을 썼다. 그러나 설 연휴 기간동안 서울에서 올림픽 경기장까지 가는 한 좌석도 얻지 못했다”며 “평창 패스를 판매할 때 코레일 홈페이지에는 어떤 명확한 정보도 없었다. 너무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구매자 B씨는 “서울~강릉간 KTX가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면 왜 나를 포함한 많은 올림픽 관람자들이 적절한 이동수단을 찾을 수 없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부끄러운줄 알라”거나 “한국 올림픽은 사기”라는 격한 반응도 나왔다.
코레일은 좌석을 구하지 못한 외국인들에게 “평창 패스로 역에서 입석 표를 구할 수 있다”고 공통된 답변을 했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비싼 돈을 지불한 의미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구매자 C씨는 노부모, 아이와 동행하기 때문에 입석을 이용하기 어렵다며 “KTX 열차 수를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코레일의 늑장 대응도 분노를 키웠다. 이 게시판에는 환불 요청, 열차 이용 등을 질문하는 글이 꾸준히 올라왔지만 올해 들어 거의 방치되다시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0일 글을 남긴 이용자는 “당신은 지난 몇 주 동안 간단한 문의만 골라 처리했다. 대체 이 게시판에 있는 걱정스러운 문제들은 언제 답변할 건가”라고 적기도 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지난 3일(현지시간) 불편한 교통시설로 평창행을 포기하는 외국인이 속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예매 시스템이 불편하고 티켓을 구하기 어려운 탓이다. 대만의 한 여성은 WSJ에 “KTX 기차표를 구매하는 일이 마치 전쟁을 치르는 일 같았다”고 “한국인 지인의 아이디를 빌려서야 겨우 기차표를 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92개국 2925명의 선수가 참가하는 평창올림픽은 이틀 뒤인 9일 개막한다. 동계올림픽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