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 내 성폭력 고발 시 ‘괴물’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

입력 2018-02-06 15:57
사진=국민일보 제작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최영미 시인이 발표한 ‘미투 시(詩)’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계간지 ‘황해문화’의 겨울 특집호에 게재된 최영미 시인의 시 '괴물'이다. 황해문화는 특집호에서 ‘젠더 전쟁’이라는 주제로 페미니즘에 관한 작품을 다뤘다. 시 창작 코너에 실린 최영미 시인의 ‘괴물’은 문단 내 성추행을 고발했다.

작품은 ‘En선생’을 가리키며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으로 시작해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등의 행동을 노골적으로 묘사해 고발했다. 참다 못한 그녀가 “이 교활한 늙은이야!”라고 소리쳤지만, 함께 욕하던 ‘소설가 박선생은 En선생이 더 몸집이 커져 괴물이 되자 입을 다물었다’고 표현했다.

En선생에 대해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하지만 독자들이 유추할 수 있는 대목들이 있다. 최영미 시인은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En이 노털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이 나라를 떠나야지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라고 썼고, 독자들은 En선생이 노벨문학상에 거론될 정도로 유명한 문학가임을 알 수 있다.

독자들이 En에 대해서 궁금증을 갖자, 황해문화 측은 “작품 내용과 En의 대상에 대해서는 최 선생님과 어떤 이야기도 나눈 것이 없다”면서En은 엔이라고 읽는 것이 맞다”며 “문학작품으로서 독자들에게 상상의 여지를 남기는 게 시인의 뜻”이라고 덧붙였다.

문단 내 성폭력을 고발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9월 “문학을 하려면 탈선을 해야한다”는 명목 하에 미성년자 제자들을 성추행 및 성폭행한 혐으로 기소된 배용제 시인, 최근 한국시인협회 회장으로 선출된 감태준 시인도 2007년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지낼 당시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추문에 휘말려 해임된 바 있다.

신현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