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료가 괴롭혔다’는 유서를 남기고 사립여고 50대 교사가 목숨을 끊었다. 제자들은 ‘방관도 살인입니다’라는 대자보를 붙였다.
6일 숨진 교사 A(53)씨가 근무한 전북 익산 한 여고에는 ‘방관도 살인입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자기소개와 간략한 사건개요를 설명한 뒤 “평소 선생님께서는 같은 과목 선생님으로부터 인격 모독과 욕설 등을 들으셨고 학교 내 따돌림으로 인해 우울증까지 겪었다”는 내용을 적으며 진상규명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어 “오래는 몇 십 년 짧게는 몇 년 동안 함께 일해 온 선생님께서 이런 일을 당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피하기만 바쁜 선생님들 밑에서 무엇을 배워야할 지 모르겠다”며 “이런 학교에 재학 중이라는 게 정말 부끄럽다”고 적었다.
학생들은 “피해자는 있고 가해자는 존재하지 않는 이 상황의 진실을 밝히고 싶다”고 호소했다. 단순자살로 넘기려고 했던 점 역시 지적하면서 유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길 바라고 있었다.
아울러 “다 알면서도 손 한번 안 내밀어 주신 분들도 다 똑같은 가해자이고 방관자”라고 날을 세웠다.
5일 학교 측이 강당에 학생들을 모아 교육을 진행한 사실도 도마에 올랐다.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당시 한 교사는 “안타깝지만 그걸 말로 풀면 안 된다”면서 “인터넷에 올리거나 SNS 적으면 다 기록에 남는다”라고 말했다. “나중에 정말 후회할 상황이 온다”는 말도 덧붙였다.
학생들이 섣부르게 학교 내부 이야기를 퍼트려 구설수에 휘말릴 것을 걱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다른 곳에다 학교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내용으로 볼 여지도 있다.
한편 A씨는 1일 오전 11시34분쯤 익산시 황등면 한 아파트 15층에서 투신했다. 유서에는 “교장, 교감선생님, 교직원, 학생,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000(동료교사)때문에 죽는다. 교장, 교감선생님 제가 무능해서 직장생활이 힘드네요”라고 적혀있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