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원톱스타’ 하뉴 유즈루 쿼드러플 러츠 포기… 평창 피겨의 변수

입력 2018-02-06 14:29
하뉴 유즈루. 뉴시스

피겨스케이팅은 ‘점프’의 미학이다. 도약·회전·착지의 완성도가 성패를 가른다. 안무·선곡과 같은 예술성을 충분히 표현해도 훈련의 결실인 힘과 기술을 쌓지 못하면 점프를 완성할 수 없다. 피겨스케이팅을 공연(show)에서 경기(competition)로 만든 힘은 점프에 있다.

점프의 난도는 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서 메달의 색을 결정하기도 한다. 난도를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는 도약한 뒤 회전한 횟수, 즉 회전수다. 회전수가 많을수록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남자 싱글에선 쿼드러플(4회전), 여자 싱글에선 트리플(3회전)이 고득점으로 이어진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은 ‘쿼드러플 전쟁’으로 점철됐다. 그 중심엔 ‘디펜딩 챔피언’ 하뉴 유즈루(24·일본)가 있다. 하뉴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금메달리스트. 2016-2017 시즌까지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4년 연속으로 우승했다.

하뉴의 행보는 김연아(28)의 현역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생애 두 번째 올림픽을 앞두고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하뉴는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열린 ISU 그랑프리 4차 대회를 앞둔 훈련에서 쿼드러플 러츠를 시도하던 중 오른쪽 발목 부상을 당했다.

쿼드러플 러츠는 기본 점수만 13.60점인 고난도 점프다. 루프, 토루프, 플립, 러츠, 살코 등 5가지 점프와 접목할 수 있는 공중 4회전에서 가장 어려운 기술로 평가된다. 러츠는 스케이트 한쪽의 바깥날로 얼음을 타는 과정에서 다른 쪽 발끝으로 도약해 회전한 뒤 착지하는 점프를 말한다.

쿼드러플 러츠는 하뉴의 ‘필살기’ 중 하나였다. 하지만 하뉴는 3개월 넘게 견딘 오른쪽 발목 부상을 완치하지 못했다. 6일 일본 스포츠호치에 따르면 하뉴를 지도하는 브라이언 오서(56·캐나다) 코치는 전날 강원도 강릉에서 하뉴의 쿼드러플 러츠 포기를 선언했다.

오서 코치는 “하뉴의 오른쪽 발목 부상 고려해 쿼드러플 러츠를 피하기로 했다. 그 밖의 기술은 모두 좋은 상태다. 훈련도 잘 됐다.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오서 코치는 과거 김연아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금메달을 합작했던 지도자다.

하뉴는 당초 쇼트프로그램에서 2차례, 프리스케이팅에서 3차례 쿼드러플 점프를 삽입할 예정이었다. 프리스케이팅에서 첫 점프는 쿼드러플 러츠로 계획했다. 지난해 10월 러시아에서 열린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선 이 프로그램으로 연기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돌연 조정한 하뉴의 프로그램은 남자 싱글의 메달 색을 결정할 변수로 떠올랐다.

하뉴는 일본 동계종목의 ‘슈퍼스타’다. 일본 동계올림픽 선수단 주장인 스피드스케이팅의 고다이라 나오(32)를 제외하면 사실상 원톱스타로 볼 수 있다. 하뉴의 경기가 있는 곳은 팬들로 북적거린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먼저 입장권이 매진된 종목도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로 알려졌다.

하뉴는 올림픽 2연패를 노리고 있다. 쿼드러플 러츠를 포기하면서 금메달 전선엔 비상이 걸렸다. 소치 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 패트릭 챈(28·캐나다), 미국의 신성 네이선 첸(19) 등 경쟁자에겐 호재다.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은 오는 16일, 프리스케이팅은 17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