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리설주’ 있을까… 北 평창 예술단 파견이 갖는 의미

입력 2018-02-06 10:48
국가정보원은 2012년 7월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가 2005 아시아육상대회에 북한 응원단의 일원으로 한국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당시 공연하던 리설주. 국민일보 DB

북한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응원단·예술단은 장내에 있는 선수와 다르게 일반 관중과 접촉할 수 있다. 분단국의 현실상 경호·통제 속에서 움직이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으로 남북 관중의 접촉이 차단되지 않는다. 북한 응원단·예술단은 선수보다 가까운 지점에 있는 ‘민간교류단’ 성격을 갖고 있다.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는 단순한 스포츠 교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문화공연을 펼칠 북한 예술단 본진은 6일 ‘만경봉 92호’를 타고 강원도 동해 묵호항에 들어온다. 통일부 관계자는 “예술단 본진이 오후 5시쯤 묵호항에 도착할 예정”이라며 “만경봉 92호는 동해해상경계선부터 우리 호송함의 안내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예술단은 14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김순호 관현악단 행정부단장을 포함한 선발대 23명은 지난 5일 경의선 육로로 먼저 방남했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은 본진과 동행할 것으로 보인다. 예술단은 오는 8일 오후 8시 강원도 강릉아트센터,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인 11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각각 공연할 예정이다.

북한은 앞서 한국에서 열린 국제제전에 모두 5차례 출전했다. 그 중 3차례는 선수단과 함께 응원단을 파견했다. 북한 응원단의 첫 방남은 2002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이뤄졌다. 북한은 362명의 선수단과 함께 288명의 응원단을 부산에 보냈다. 응원단은 10·20대 여성으로 구성돼 ‘미녀 응원단’으로 불렸다.

현송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장이 지난달 21일 서울역에서 강릉행 KTX 승강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현 단장은 당시 북한 예술단 공연장 사전점검을 위해 방남했다. 뉴시스

응원단은 2003 대구유니버시아드에서 303명으로 증가했다. 취주악단 등 공연자가 응원단에 포함됐다. 224명으로 구성된 선수단보다 큰 규모로 구성됐다. 이 대회에선 응원단이 버스로 이동하던 중 환영의 취지로 거리에 걸린 김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 사진 현수막을 떼어내고 항의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의 사진이 아무렇게나 방치됐다’는 것이 항의의 이유였다.

북한 응원단은 2005 인천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서 공연을 병행했다. 고교생부터 대학생까지 20세 안팎 여성 위주로 구성된 124명의 응원단에는 현재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아내인 리설주가 있었다. 당시 리설주는 16세 여고생이었다. 응원단은 경기장에서 북한 선수들을 응원하고 장외에서는 ‘북측 청년학생협력단’이라는 이름으로 공연했다. 공연은 그해 9월 1~3일 인천 문학경기장, 문화회관, 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각각 하루 한 차례씩 펼쳐졌다.

리설주는 당시 공연에서 흰 저고리, 검은 치마를 입고 ‘꽃놀이’라는 제목의 2중창을 불렀다. 당시만 해도 확인되지 않았던 리설주의 존재는 김 위원장과 결혼 3년 뒤인 2012년 7월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회의에서 국가정보원 직원의 보고로 파악됐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북한이 네 번째 민간인원을 파견한 대회다. 인천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로부터 13년 만이다. 북한이 평창에 파견할 선수단 규모는 20명 안팎으로 예상되고 있다. 응원단·예술단·참관단·태권도 시범단·기자단 등으로 구성된 민간인원은 선수단 규모를 압도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응원단·예술단에서 ‘제2의 리설주’가 배출될 가능성도 있다. 리설주는 인천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로부터 4년 뒤인 2009년 김 위원장과 결혼했다. 김 위원장은 부친이 사망했던 2011년 12월 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돼 북한 최고 권력자가 됐다. 리설주는 그때부터 ‘북한의 퍼스트레이디’ 행보를 시작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스물두 살이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