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좋은 모습 못 보여 죄송”… 복귀 키워드는 ‘신뢰 회복’

입력 2018-02-06 06:2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노타이 양복 차림으로 걸어 나오고 있다. 이병주 기자

이재용 향후 행보 주목

“지난 1년 정말 소중한 시간
앞으로 더 세심히 살피겠다”

현 정부 역점 지배구조 개선
이사회 중심 투명 경영 나설 듯

출소 후 입원 중인 부친 찾아
창립 80년 제3창업 선언 관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나면서 삼성전자는 1년 가까이 지속된 리더십 부재 상황을 해소하게 됐다. 하지만 이 부회장으로선 사회적 신뢰 회복, 신성장 동력 확보,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논란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어 갈 길이 멀다.

일단 삼성전자와 계열사들은 이 부회장 석방에 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크게 안도하는 분위기다. 특히 ‘전형적 정경유착을 찾을 수 없었다’는 항소심 재판부 판단은 이 부회장 개인의 법적 책임뿐 아니라 삼성전자의 도의적 부담까지 덜어줬다.

이 부회장은 구치소를 나서면서 “여러분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말했다. 또 “지난 1년은 나를 돌아보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 앞으로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삼성서울병원으로 이동해 이 회장을 병문안한 뒤 귀가했다.

이 부회장은 앞으로 빠른 시일 내 업무에 복귀해 삼성전자 중심의 경영활동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의 복귀 첫 키워드는 ‘신뢰 회복’일 가능성이 크다. 이 부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스스로 ‘사회에 대한 보답’과 ‘헌신’ 등을 언급했다. 지난해 12월 27일 결심 공판 최후진술에서는 “바닥까지 떨어져 버린 신뢰를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지 생각하면 막막하다”고 말했다.

신뢰 회복을 위한 첫 단추로 현 정부가 추진하는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권리 강화 등에 관한 답변을 내놓을 수 있다. 이사회 중심의 투명 경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논란이 불거진 이 회장의 차명재산 문제와 공익재단의 계열사 지분 보유 문제를 이 부회장이 정리하겠다고 나설 수 있다.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과의 상생 경영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사회공헌 사업의 확대도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도 있다. 부친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명예위원으로 올림픽 유치에 기여했고 삼성전자는 올림픽 공식 파트너다.

사업 경영에서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총수 역할보다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서 역할에 매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앞으로 그룹 회장 타이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연말 삼성전자에 신설한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가 이 부회장 경영 활동의 구심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부회장 앞에 놓인 과제는 산더미다. 지난해 반도체 분야를 중심으로 거둔 최대 실적의 기세를 이어나가야 한다. 중국의 반도체 가격 견제와 미국의 통상 압박도 극복해야 한다. 부재 기간 다소 침체되고 느슨해졌던 사내 분위기를 다잡는 것도 숙제다.

이 부회장은 당분간 내부 정리 시간을 가진 뒤 글로벌 경영에 적극 나서는 한편 핵심 임원들이 미뤄둔 인수·합병(M&A) 등에 관한 의사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창립 80주년을 맞아 제3의 창업 선언을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고 이병철 회장은 1938년 3월 삼성상회를 세웠다. 이 회장은 50주년인 1988년 제2 창업 선언을 했다.

재계는 항소심 판결을 환영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투자와 일자리 확대 등에서 더 적극적인 노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수많은 협력중소기업과 상생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