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프로풋볼(NFL) 선수들의 ‘무릎 꿇기’ 논란 이후 NFL 선수들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갈등이 지속되는 모양새다. 사상 처음으로 NFL 슈퍼볼 우승을 차지한 필라델피아 이글스의 일부 선수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초청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슈퍼볼 우승팀은 백악관을 방문해 대통령과 만나는 것이 전통이지만 토레이 스미스, 말콤 젱키스 등 필라델피아 선수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미국 CNN방송이 5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들은 분열적인 정책을 펼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발로 보이콧을 선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젱키스는 “백악관에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CNN 인터뷰에서 말했다.
필라델피아의 수비수 크리스 롱도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소속으로 챔피언을 거머쥐었지만 당시에도 백악관 초청을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필라델피아 이글스의 위대한 슈퍼볼 승리를 축하한다”고 썼다. 하지만 경기 전 성명에선 “우리는 자랑스럽게 국가(國歌)를 위해 기립한다”며 NFL 선수들의 ‘무릎 꿇기’를 경고하기도 했다.
지난해 미국 내 ‘무릎 꿇기’ 논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선거 유세에서 “성조기를 존중하지 않는 선수에게 ‘저 개XX(sons of bitches)를 당장 끌어내. 해고야!’라고 말할 수 있는 NFL 구단주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흑인에 대한 경찰의 폭력진압에 ‘무릎 꿇기’로 항의한 NFL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49ers)의 전(前) 쿼터백 콜린 캐퍼닉을 저격한 발언이었다. 특별검사의 ‘러시아 게이트’ 수사,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개인 이메일을 통한 공식 업무, 북핵 위협 등 불리한 정국에 처하자, 1년도 더 된 무릎 꿇기를 소환해 ‘인종주의’ 대 ‘애국주의’의 대결 프레임으로 전환을 꾀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릎 꿇기는 인종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그것은 나라와 국기, 국가에 대한 존중에 대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캐퍼닉의 무릎 꿇기는 애초에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에 대한 저항에서 나온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난에 NFL 선수들과 구단주들은 즉각 반발했다. 국가가 울릴 때 선수들은 캐퍼닉이 1년 전에 했던 것처럼 무릎 꿇기를 하며 인종주의에 대한 저항,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지지의 뜻을 표시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