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최초의 흑인 슈퍼 히어로가 왔다. 아프리카의 흥과 멋이 흠뻑 녹아있는 영화 ‘블랙 팬서’가 한국 팬들에게 첫 인사를 건넸다.
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내한 기자회견에는 블랙 팬서 역의 채드윅 보스만, 그의 숙적 에릭 킬몽거 역의 마이클 B. 조던, 블랙 팬서의 옛 연인 나키아 역의 루피타 뇽, 그리고 연출을 맡은 라이언 쿠글러 감독이 참석했다.
한국을 방문한 소감부터 이야기했다. 라이언 쿠글러 감독은 “그제 입국해서 한국 문화와 음식을 경험했다. 삼계탕을 먹었는데 참 맛있었다. 고궁에도 방문했는데 매우 아름다웠다”고 흡족해했다. 채드윅 보스만은 “어제 저녁에 도착해 아직 시차 적응 중이다. 공항에서 팬들이 보여주신 환대가 대단했다. 감사하다”고 전했다.
“안녕하세요”라는 한국말 인사로 운을 뗀 루피타 뇽은 “어젯밤에 도착하자마자 코리안 바비큐를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일정을 빨리 마치고 서울 구경을 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마이클 B. 조던도 “따뜻한 환대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15시간 비행기를 타고 왔는데 피곤이 씻은 듯 사라졌다. 일정을 마치고 난 뒤 여기저기 돌아다녀보고 싶다”고 했다.
오는 14일 개봉하는 ‘블랙 팬서’는 와칸다 국왕이자 어벤져스 멤버로 합류한 ‘블랙 팬서’ 티찰라(채드윅 보스만)가 희귀 금속 ‘비브라늄’을 둘러싼 전 세계적인 위협에 맞서 와칸다의 운명을 걸고 전쟁에 나서는 액션 블록버스터다.
라이언 쿠글러 감독은 ‘블랙 팬서’ 연출을 맡게 된 소감에 대해 “매우 감사하고 뜻 깊은 일이었다”면서 “어릴 때부터 슈퍼 히어로 무비를 좋아했는데, 제가 속해있는 아프리카 문화를 이런 영화에 녹여냈다는 게 영광스럽고 기뻤다”고 답했다.
채드윅 보스만 역시 고민 없이 출연을 결정했단다. 그는 “스위스 취리히에서 다른 영화 레드카펫 행사에 참여하고 있을 때 마블의 케빈 파이기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며 “비밀 유지를 위해 ‘블랙 팬서’라고 말하진 않았지만 당연히 무슨 영화인지 알았다. 어떤 감독·배우들과 함께하는지도 모른 채 무조건 하겠다고 대답했다”고 회상했다.
영화에는 ‘가장 혁신적인 히어로’라는 소개말이 붙는다. 마블 스튜디오 작품 중 최초로 흑인 캐릭터를 중심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 채드윅 보스만은 “영화에 등장하는 국가 와칸다는 아프리카에 위치한 최첨단 기술 국가인데, 아프리카 문화와 첨단 기술이라는 두 개념을 접목한 콘셉트가 영화를 혁명적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티찰라는 세계의 지도자이면서 슈퍼 히어로다. 그 역시 전 세계 지도자들이 봉착하는 갈등과 문제에 직면하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블랙 팬서 수트를 입고 그런 문제들을 해결한다는 것이다. 그는 고립된 와칸다를 공개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현명하고 용감한 여전사 나키아를 연기한 루피타는 “나키아는 와칸다 밖 세상으로 나가서 정보 취합해오는 역할을 한다. 강인하고 독창적이며 파워풀한 캐릭터다. 스파이로서 조용하게 행동하지만 임팩트 있는 인물이다. 티찰라와는 단순한 로맨스가 아닌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소개했다.
가슴 아픈 사연을 지닌 섹시한 빌런 에릭 킬몽거 역을 맡은 마이클 B. 조던은 “섹시하다는 평가를 해주셔서 고맙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는 “에릭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복잡한 캐릭터다. 힘든 성장기를 겪는 동안 많은 걸 잃었다. 에릭이 바란 건 티찰라의 인간적인 이해였다. 그걸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행동한다”고 설명했다.
첫 솔로무비로 돌아온 블랙 팬서는 앞서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에 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아이언맨을 뛰어넘는 재력가이자 캡틴 아메리카와 필적하는 신체 능력을 지닌 히어로. 오는 4월 개봉 예정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도 활약할 예정이다.
라이언 쿠글러 감독은 “우리 영화에 담겨있는 아프리카와 미국 문화에 큰 관심 갖고 봐주신 것 같아 매우 기쁘다”고 인사했다. 채드윅 보스만은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논쟁이다. 팝콘을 먹으며 신나게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얘깃거리가 많은 영화”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마이클 B. 조던은 “이 영화를 통해 세상의 여러 개선점을 발견하고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극 중 능청스런 한국말 대사를 소화하는 루피타는 이날 행사에서도 한국말로 깜짝 당부를 남겼다. “블랙 팬서 보러오세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