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민물고기 날로 먹나요?…도심 거주자 100명 중 1명 “간흡충 감염”

입력 2018-02-05 12:57 수정 2018-02-05 13:01
서울대 의대 임상기생충학교실

도심에 살며 건강에 관심높은 웰빙족도 100명 가운데 3명 이상이 기생충에 감염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붕어 등 민물 생선을 날로 먹어 옮는 간흡충(간디스토마)이 가장 많았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양종인 교수팀은 2003년부터 2013년까지 건강검진받은 9만9451명의 대변 샘플 19만7422건을 분석한 결과 약 3.4%의 기생충 감염이 발견됐다고 5일 밝혔다. 이는 주로 도심에 거주하며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여겨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가장 많이 발견된 기생충은 간흡충으로 전체 건강검진자의 1.5%가 감염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흡충은 특히 담도암을 유발하는 1급 발암원인 생물체로 알려져 있다. 감염 시 적극적인 치료가 권장되며,예방을 위해서는 자연산 민물고기를 회로 먹는 식습관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10년의 관찰 기간 동안 간흡충증의 감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는 건강검진 결과 상담 과정에서 간흡충과 민물고기 생식의 위험성을 교육한 것이 효과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간흡충에 감염된 사람 중 처음 검진받은 사람이(1.1%) 두 번째 이상 검진받은 사람(0.4%)보다 두 배 이상 많아, 한 번이라도 의사와의 상담 경험이 있는 사람이 덜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변에서 기생충 알이 발견된 사람의 복부 CT와 초음파, 대장내시경 결과를 각각 분석했을 때 간흡충 알이 발견된 사람의 초음파 또는 CT 검사에서 간흡충이 있는 것으로 보인 경우는 약 2.5%였다. 대변에서 편충 알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사람의 대장내시경에서 편충이 발견된 경우는 약 9%로 나타났다. 기생충 감염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는 대변검사가 여전히 가장 효율적이고 정확한 방법이란 얘기다.
서울의대 임상기생충학 교실

양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주로 수도권 도심에 거주하고 있는 건강검진 수진자에서도 약 3.4%의 낮지 않은 기생충감염이 나타났고 그 중 간흡충증이 가장 흔하다는 것은 민물고기의 섭취를 피하도록 하는 대중 교육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국가 대장암검진으로 제출하는 대변 검체에 기생충 검사를 추가하면 간흡충의 발견율을 높이는데 도움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1971년부터 장내 기생충 감염 실태조사를 시행해왔다. 첫 실태조사에서는 84.3%의 충란 양성률을 보였으나 꾸준한 장내 기생충 퇴치사업을 진행해온 결과 2012년 제8차 장내기생충 감염 실태조사에서는 기생충 감염이 2.6%로 확 줄었다.
하지만 간흡충 양성률은 1차 4.6%에서 5차(1992년) 2.2%로 다소 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7차 조사에서 2.9%로 6차 조사(2004년) 1.4%보다 두 배 이상 증가세를 보였다. 우리나라 장내기생충 중 가장 높은 감염률을 보이고 있다.

간흡충은 우리나라 5대강 유역(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 섬진강)을 중심으로 유행지역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강 주위에 거주하는 국민들의 참붕어 등 민물고기 생식 습관을 따라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대변검사로 검출되는 장내기생충질환 감염증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열대의학회지 최신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