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스키협회 적반하장 “왜 선수편을 드냐?”

입력 2018-02-04 16:50 수정 2018-02-04 17:07

4일부터 오는 8일까지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이 좌절된 알파인 스키 국가대표 선수와 가족들의 항의집회가 진행되는 가운데 대한스키협회의 적반하장 태도가 분노를 사고 있다.

대한스키협회 관계자가 김광진의 쿼터를 포기하는 과정에서 선수에게 먼저 통보가 있었는지, 몸 상태에 대해 직접 들었는지 등의 관련 내용을 묻는 한 매체의 기자에게 “왜 선수편을 드느냐”며 화를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또 “상식적으로 누구의 말을 더 들어야 하나. 우리는 선수보다 더 위에 있는 코치의 말을 믿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며 코치에게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지난달 24일 스키협회의 아마추어적인 규정 착오로 9명의 선수가 올림픽에 나서기로 계획되어 있었으나 2주를 앞두고 선수 5명이 올림픽에 출전 불가 통보를 받는 일이 발생했다. 불과 얼마 전 빙상연맹 역시 규정착오로 준비를 해왔던 노선영 선수에게 불참을 통보 했던 바 있어 논란은 더 커졌다.

사진 = 경성현 선수 SNS 캡처

경성현은 알파인 종목에 남자 정동현과 김동우, 여자 강영서와 김소희 등 총 4명을 출전시키기로 한 지난달 25일 스키협회 결정에 따라 자동으로 대표팀 탈락이 확정됐다. 경성현은 출전 불가 통보를 받기 하루 전날 선수단 결단식에 참석까지 했었다.

스키협회는 이에 대해 “이번 대회에 남녀 알파인에 2명씩 총 4명이 출전하게 됐는데 남자의 경우 기술팀에서 한 명, 스피드 팀에서 한 명을 나눠 내보내기로 했다”고 경성현의 탈락 이유를 밝혔다. 기술 종목(회전·대회전)에서 정동현, 속도 종목(활강·슈퍼대회전)에서 김동우가 대표로 선발 됐는데, 기술 종목에서 정동현 다음이었던 경성현이 엔트리에서 빠지게 되었다.

스키협회 관계자는 “당초 우리 대표팀이 확보한 출전권은 국가 쿼터(남1·여1)와 개최국 쿼터(남1·여1) 등 4장이 전부다. 하지만 나머지 선수들 중에서 자력으로 출전권을 따내는 선수들이 나올 것으로 보고 별도의 안내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성현은 국제스키연맹(FIS) 극동컵 속도 종목인 슈퍼대회전에서 1분 00초 52를 기록해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인 7위에 올라 충분히 메달권에 들만한 경쟁력이 있는 선수로 평가 받았다.

사진 = 김광진 SNS 캡처

스키협회의 적반하장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 1호 국가대표 선수인 김광진 역시 부상을 이유로 명단에서 제외했다. 김광진은 지난 4년간 자비를 보태 우리나라 선수중엔 유일하게 자력으로 이 종목 출전권을 따낸 선수기도 하다. 김광진은 지난해 12월 왼무릎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으나, 회복 속도가 빨라 충분히 출전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올림픽을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사진 = 평창올림픽 출전이 무산된 선수들과 가족들이 제출한 옥외 집회 신고서

협회 관계자는 김광진 선수의 탈락에 관해 “협회는 공신력 있는 자료들을 바탕으로 선수의 상태를 파악하는데, 지금 김광진 선수의 몸 상태로 경기에 나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보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이어 “절차적인 문제는 없다”며 “올림픽 국가대표는 선수 욕구를 채워주려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경성현 선수를 포함한 알파인스키 종목에서 평창올림픽 출전이 무산된 선수들과 가족들은 4일부터 8일까지 오후 2시30분 평창 대관령면 송천교 사거리에서 항의집회를 진행 중에 있다. 선수들의 학부모측은 서울동부지방법원에 대한스키협회의 결정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한 상황이며, 경성현이 소속된 홍천군청 역시 명확한 해명을 요구하며 1일 스키협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시위에 참석한 한 탈락자 선수는 “그동안 대한스키협회가 알파인 스키 5개 별로 2명씩 출전권을 갖게 된다고 알려줘 그렇게 믿고 있었다. 평창올림픽 하나만 보며 최선을 다 했는데, 갑자기 ‘올림픽에 나갈 수 없다’는 통보를 받고 보니 황당하다”며 억울함을 토로 했다.

다른 선수는 “억울한 사연이 언론 보도로 나간 뒤에도 스키협회는 사과 등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협회 관계자들이 책임을 서로 떠넘기려고 하는 것 같다”며 “말도 안 되는 피해를 후배 선수들까지 겪지 않게 하기 위해서 야외 집회를 하게 됐다”며 시위의 목적을 밝혔다.

한편 스키협회의 미숙한 행정으로 평창행이 좌절된 선수들은 미리 지급받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시위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송태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