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를 향한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서 검사의 사법연수원 33기 동기 225명이 지난 1일 지지성명을 낸 데 이어 3일에는 서 검사의 모교인 이화여자대학교 총학생회 ‘이펙트(E;ffect)’가 성명내고 서 검사 지지를 밝혔다.
이대 총학 측은 3일 ‘서지현 검사님의 용기로부터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는 서 검사의 용기를 지지하고 연대하며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요구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성폭력의 피해자가 당당할 수 있는 사회를 바라며 서 검사의 증언을 통해 ‘성폭력을 묵인하는 사회’에 변화가 일어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이대 총학 측은 성명서에서 한국 사회의 성폭력 ‘문화’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성폭력 가해자와 성폭력을 묵인하는 한국 사회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며, 이것이 한국 사회에서의 잠재적 피해자인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들 모두를 위해 꼭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사회 내 성폭력 문제에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대 총학은 또 “여성들이 ‘자신이 몰래카메라에 찍히지는 않을지, 밤길을 걷다가 성폭력을 당하지는 않을지, 자신과 가장 가까운 가족과 애인이 자신을 해치지는 않을지’ 두려움을 갖고 살아간다”며 “성폭력은 한국 사회에 일상적으로, 공기처럼 만연해 있다”고도 꼬집었다.
성명서 하단에는 676명의 이화여대 재학생과 32개의 학내 단위가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대 총학의 입장 전문>
서지현 검사님의 용기로부터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서지현 검사님을 지지하는 이화인 성명서
서지현 검사님의 용기를 지지하고 연대합니다.
8년 만의 증언입니다. 서지현 검사님은 8년 전 검찰 내 성추행을 겪고도 8년동안 인사상 불이익이 있을까봐, ‘꽃뱀’으로 낙인찍힐까봐 증언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8년이 지난 지금, 서지현 검사님은 오랜 시간이 지나 증언하셨습니다.
서지현 검사님의 증언으로 보여지는 한국 사회의 성폭력 ‘문화’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검찰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잠재적 피해자인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들 모두에게 유의미하며 절실하게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화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해방이화 제50대 총학생회는 검사님의 용기에 한없는 지지를 보내며, 연대하고자 합니다.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며, 피해자가 당당할 수 있는 사회를 바랍니다.
서지현 검사님의 증언 직후 혹자들은 오히려 검사님에게 책임을 물으며, 2차, 3차 가해로 피해자를 공격했습니다. 하지만 성폭력은 결코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며, 성폭력 가해자와, 그리고 성폭력을 묵인하는 한국 사회의 책임입니다. 피해자의 명예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이러한 한국 사회 속에서 직·간접적 성폭력 가해자는 여전히 떳떳하게 살아가고 있으며, 심지어 피해자가 아닌 다른 곳에서 용서를 구하기도 했습니다. 서지현 검사님의 증언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는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있어야 합니다. 엄중한 처벌과 과감한 개혁 없이는 어떠한 변화도 불가능합니다. 성폭력 피해자가 당당한 사회를 만드는 첫걸음을 이번 사건의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로 시작해야 합니다.
서지현 검사님의 증언은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한국 여성들은 누구나 성폭력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자신이 몰래카메라에 찍히지는 않을지, 밤길을 걷다가 성폭력을 당하지는 않을지, 자신과 가장 가까운 가족과 애인이 자신을 해치지는 않을지. 성폭력은 한국 사회에 일상적으로, 공기처럼 만연해 있으며, 이는 사회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어 증언마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피해자들은 공론화보다는 침묵을 택하고, 성폭력 피해자 중 경찰에게 신고하는 피해자의 숫자는 절대적으로 적습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할까요.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성폭력은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고, 비가시화된 피해자는 언제나 어디에나 있습니다. 서지현 검사님의 증언은 성폭력을 묵인하는 한국사회에 대한 경종을 울렸습니다. 이 사건을 비롯하여, 지난 기간 많은 사람들의 용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것들이 보여주는 것처럼, 한국사회는 변화해야 합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문제의 해결은 구성원들이 그 문제를 직시해야만 가능합니다. 한국 사회는 지금까지 피해자들의 증언을 막음으로써 ‘성폭력을 묵인하는 사회’를 유지해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동안 침묵을 강요받았던 피해자들은 하나둘씩 입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으로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습니다. 검사님이 증언할 수 없었던 지난 8년과, 검사님을 비롯한 많은 이들의 증언이 있는 오늘은 분명히 달라야 하며, 다를 것입니다. 어제와는 다른 사회, 성폭력 피해자가 당당한 사회를 바라며, 총학생회는 끝까지 연대하겠습니다.
2018.02.03.
서지현 검사님을 지지하는 이화인 일동
우승원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