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야 기자의 부교역자 대나무숲] 여성 목사 안수의 벽 넘었지만

입력 2018-02-02 15:31 수정 2018-02-04 17:22
이건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줄지 말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초점을 이미 여성목사가 있는 교단에게 맞추려 한다.

국내 교단 중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과 대신, 기감, 기장,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기독교한국침례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예수교대한성결교회 등이 여성안수를 허용하고 있다.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이며 높고 두터운 진입장벽을 넘는데 성공한 여성들은 어떤 대우를 받고 있을까.

예장통합은 전국 67개 모든 노회에서 최소한 여성 1명을 정기총회 대의원(총대)으로 파송하는 ‘여성총대 할당제’를 지난해에 받아들였다. 그래봤자 전체 총대 1500명(목사750, 장로750) 중 67명이지만 통과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와 기독교대한감리회도 최근 여성총대 할당제를 도입했으나 여전히 여성 총대의 숫자는 매우 적다. 정기총회에서 총대들은 교단의 법과 제도를 세우고, 신학방향 등을 결정한다.

일선 교회에서는 어떨까. 예장통합 소속의 신희수(가명·33) 목사는 교육전도사 시절까지 더해 영·유아부 사역만 10년째 사역하고 있다. “다른 이유는 없어요. 여자 교역자는 영·유아부를 맡는 게 적합하다는 인식이 어디나 깔려있었기에 별 수 없이 따랐을 뿐입니다.” 최근 만난 그는 자조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신 목사는 지난해 10월 담임목사와 면담을 신청, 올해부터 청년부 담당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신대원 재학시절부터 청년사역에 대한 꿈을 품고 있었다. 근래 몇 년 간 관련 세미나에 참석하거나 청년사역에 대한 책을 많이 읽으며 준비했던 터였다. 하지만 단칼에 거절당했다. 담임목사는 “청년부에는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여성이 감당하기 버거울 것”이라며 “성도들도 같은 생각일 테니 잠자코 있어라”라고 말했다. 행여 교회에서 쫓겨날까 더 반발하지 못했다.

이지선(가명·36) 목사는 신학교에 다닐 때부터 편견과 싸워왔다고 했다. 감리교 산하 신학대를 졸업한 그는 입학했을 때 남자 선배, 동기들에게 “좋은 사모가 되기 위해 입학했느냐”는 말을 수차례 들었다. 뒤처지기 싫어 학부와 신대원 재학 중 매학기 좋은 성적을 얻어 장학금을 받았다. 목사 안수를 받겠다고 했을 때 몇몇 남성 교수와 동기들은 “왜 굳이 힘든 길을 가려느냐”며 걱정 아닌 걱정을 했다.

앞서 전도사로 사역을 7~8년 했지만 목사가 된 후 마주한 현실은 더욱 가혹했다. 일할 기회는 적었고 작은 실수도 용납받기 힘들었다. 이 목사는 “행여 설교 중 말을 한두 번 더듬기라도 하면 ‘그래서 여자는 안 된다’는 식의 개연성 없는 비판을 들었어요. 교회 행사가 있을 때면 기획이나 행정상 준비는 남자 교역자들이 전담했죠. 저를 비롯한 여자 교역자들에게는 매번 ‘예쁜 옷을 입고 손님을 안내하라’는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결혼한 여성 교역자 중에는 임신·육아 문제로 권고사직 당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육아휴직은커녕 출산휴가조차 허락하지 않는 교회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장신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체 사역자를 파송하고, 기존 사역자가 출산 휴가 뒤 복귀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일부 교회만 참여하고 있다.

각 교단은 여성에게 안수를 허용하기로 결정했을 때 ‘역할에 제한을 두자’는 식의 세칙을 만들지 않았다. 그렇게 명문화하지는 않았지만 현실을 보면 의구심이 든다. 차별하려는 의지가 이미 머릿속에 뿌리내리고 있던 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이사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