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웹툰 작가 김희민씨의 예명 ‘기안84’가 여성 혐오적 뜻을 가졌다고 논란이 된 가운데 한 남성 트위터 이용자가 올린 글이 공감을 사고 있다.
글 작성자는 지난달 31일 자신이 중학생 시절 경기도 화성에서 살며 겪어야 했던 두려움에 관한 트윗을 게시했다.
작성자는 “나는 기안84가 ‘논두렁이 아름답고 여자들이 실종된다’고 농담질을 던진 화성 기안리 출신이다”라며 글을 시작했다. 그는 “우리 아파트는 기안리 안에서도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이 아닌 ‘그 아름다운 논두렁’ 한가운데에 있는 외진 단지였다”며 “12~13년 전 나는 중학생이었고 버스를 탈 때마다 무서웠다”고 적었다.
그는 “누나는 당시 다행히 기숙학교에 살았다. 주말이면 버스를 타고 내려오는데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빨간 버스 정류장은 수원대학교였다”며 “누나가 화성에 내려올 때마다 아파트에서 수원대학교까지 논길 옆을 가로질러 데리러 가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길은 실제로 실종 사건이 있던 길”이라고 덧붙였다.
작성자는 또 “겨울엔 해도 빨리 져서 더 무서웠다. 배양초등학교를 지나고 나면 수원대학교까지 이어지는 길은 놀랍게도 인적도 가로등도 없었다”며 “나도 무서웠고 누나도 무서웠다. 엄마는 이런 동네로 이사 와서 미안하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기안리는 그런 동네였다. 성인 남자는 느낄 일 없는 공포가 있는 곳”이라고 했다.
작성자는 “당시 수원, 화성 인근에서 여성 대상 강력범죄뉴스가 나올때였다”며 “성인 남자에게 기안리는 여자들이 납치 당한다고 떠들어댈 수 있는 곳이었나보다. 나는 아직도 그 동네가 싫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이 트윗은 2일 오전 11시 기준 약 2만회 리트윗됐다. 트윗 캡처 사진이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지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당시 사건의 심각성과 피해자와 가족들을 생각하면 블랙 유머라는 식으로 웃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화성은 유독 아픈 사연이 많았던 도시다. 1986년부터 1991년까지 화성시 태안읍 일대에서 여성 10명이 차례로 살해됐으나 범인이 잡히지 않은 일명 ‘화성 연쇄살인 사건’, 범죄자 강호순이 2006년부터 2008년까지 경기도 서남부 일대에서 여성 7명을 납치해 살해했던 ‘경기 서남부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력 범죄가 자주 발생했다.
이 때문에 일부 네티즌은 김희민 작가가 기안84 뜻을 설명하면서 ‘여자들이 실종되는 도시’라고 적은 대목이 불편하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여성 혐오 발언으로까지 몰아가거나 프로그램 하차를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마녀사냥”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김희민 작가는 2011년 블로그에 “팬들이 예명을 왜 기안84로 지었는지 자주 물어본다”며 “‘논두렁이 아름답고 여자들이 실종되는 도시, 화성시 기안동에 살던 84년생’이라는 뜻이다”고 적었다. 한 네티즌이 이를 발견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올리며 지난 1일 큰 논란이 됐다. 김 작가가 출연 중인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홈페이지에 하차를 요구하는 글이 다수 올라오기도 했다.
박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