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대공 미사일 ‘천궁’ 양산때 방사청·LIG넥스원 유착 드러나…방사청, 일괄계약 방식으로 376억 추가 지급

입력 2018-02-01 19:24
방위사업청 직원들이 중거리 지대공 유도 미사일 ‘천궁’ 양산 과정에서 계약 형태를 바꿔 LIG넥스원에 376억원을 추가 지급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로 확인됐다. 이들은 그 대가로 본인은 물론 아내, 조카, 처남을 협력업체 등에 취업시키고 법인카드를 받아 제 돈처럼 쓴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이 1일 공개한 ‘천궁 양산산업 계약 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방사청 천궁사업팀은 2012년 7월 초도 양산을 분리계약 방식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천궁은 다기능레이더, 교전통제소, 발사대 등으로 구성된다. 이를 방사청이 각각의 방산업체로부터 직접 구매해 체계종합업체에 제공하는 것이 분리계약이다.
그러나 방사청 계약팀장 A씨는 분리계약이 아닌 일괄계약으로 조달할 것을 주문했다. 체계종합업체에 구성 장비 조달까지 모두 일임하는 방식이다. 방사청은 2012년 12월 LIG넥스원과 일괄계약으로 초도 양산계약을 맺었다. 분리계약 방식보다 176억원이 더 지급됐다. 감사원은 “일괄계약은 계약 업체 수가 줄어 사업 관리가 용이하지만 체계종합업체가 계약 및 기술적 책임을 모두 지기 때문에 위험보상 명목 등 추가 비용이 든다”고 설명했다.

A씨는 2014년 4월 전역 후 LIG넥스원 협력업체에 상무로 재취업했다. 그는 이곳에서 3년간 2억3000여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A씨는 또 다른 협력업체에선 법인카드를 받아 7300만원을 사적 용도로 쓴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더해 2015년 11월엔 자신의 아내를 협력업체에 취업시켰다. A씨의 아내는 1주일에 2~3차례 출근하면서 월 280만원씩 총 5789만원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초도양산 원가감독관 B씨 역시 원가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고 LIG넥스원 관계자에게서 받은 설명 자료를 토대로 일괄계약에 손을 들어줬다. 그리고 자신의 조카를 LIG넥스원에, 처남을 협력업체에 각각 취업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후속 양산 과정에서도 방사청과 LIG넥스원의 유착은 되풀이됐다. 방사청 사업팀장이던 C씨는 2014년 6월 LIG넥스원으로부터 일괄계약이 유리하다는 자료를 넘겨받아 이를 기초로 조달요구를 해 후속양산 계약을 맺었다. 분리계약 때보다 계약 금액이 200억원 늘었다. 초도·양산 계약을 합하면 총 376억원의 정부 예산이 추가로 들어간 셈이다. C씨는 LIG넥스원 관계자 등으로부터 450만원 상당의 골프와 식사 대접을 받았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방위사업청장에게 퇴직한 A, B씨와 현직에 있는 C씨의 비위 행위를 인사자료로 활용할 것을 통보했다. 또 이들을 포함해 관련자 2명 등 총 5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4~5월 이뤄졌다. 감사원은 결과 발표가 늦어진 데 대해 “당사자들이 적극적으로 소명에 나서 관련 절차를 밟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방사청은 “감사 결과 및 처분 요구를 존중하며 관련자의 처벌과 제도 보완을 통해 방위 사업을 더 투명하게 추진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