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트에 이어 F1도 성상품화 제동…확산되는 ‘미투’ 바람

입력 2018-02-01 17:50


세계 최대 자동차 경주대회인 포뮬러 원(F1)이 올시즌부터 그리드걸(Grid girl)을 퇴출시킨다고 선언했다.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열풍 속에 성상품화 논란을 피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F1의 션 브래치 상무이사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입장문을 통해 “수십년간 F1에서 레이싱걸을 고용해온 관행이 계속됐지만 우리의 브랜드 가치나 현대 규범과는 상충된다고 생각한다”며 “2018년 월드 챔피언십 시즌부터 레이싱걸을 고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드걸은 자동차 경주에서 스폰서 브랜드가 새겨진 옷을 입고 선수들을 호위하거나 이름판을 들고 포즈를 취하는 역할을 하는 여성들을 말한다. 주로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등장하는 탓에 여성을 상품화한다는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F1의 이번 조치가 미투 캠페인의 여파라고 분석했다. 매체는 “F1의 이번 조치는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 성추문 사건 이후 불고 있는 성추행 폭로의 여파로 보인다”며 “지난주 다트협회가 무대에서 ‘워크 온 걸(walk on girl)’을 폐지하겠다고 한 것과도 연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트경기에서 여성 경기안내원을 뜻하는 워크 온 걸 역시 성상품화 논란이 일자 지난주 영국 프로다트협회는 더이상 이들을 무대에 세우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F1 시즌 첫 경기는 오는 3월 25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릴 예정이다. 영국의 여성단체들은 F1이나 다트 뿐 아니라 복싱의 라운드걸 등 다른 스포츠에서도 성상품화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