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이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4년부터 블랙리스트를 가동해 문화예술인과 문화예술단체를 지원 배제한 사실이 최초로 확인됐다.
1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는 "박근혜정부 당시 콘진원의 연재만화 지원사업과 대중음악 지원사업 등에 대한 심사에서 콘진원 내부 간부와 일부 외부 심사위원들이 블랙리스트 예술인·단체의 세월호 참사 등 사회적 문제를 다룬 작품을 지원 배제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콘진원의 블랙리스트 실행 사실은 그간 의혹으로만 존재해 왔다. 지난해 특검이나 감사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기관운영감사에서도 밝혀지지 않았다. 콘진원은 송성각 전 원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된 상태임에도 원장의 개인 비리일 뿐이라며 블랙리스트 실행 사실을 전면적으로 부인했다.
진상조사위가 파악한 콘진원의 블랙리스트 실행구조는 '청와대 → 문체부 → 콘진원 → 지원사업 심사위원'의 단계로 상부의 지시가 하달되어 실행됐다.
박민권 전 문체부 차관은 이와 관련, 지난해 4월 25일 블랙리스트 관련 법정 증언에서 문체부 실무자들이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등 공공기관의 담당자들을 통해 심사위원들에게 (배제 대상을) 전달, 블랙리스트를 반영해 지원사업 선정에 관여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진상조사위 측은 "박근혜정부 당시 청와대가 작성한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 방안'을 통해 이진희 은행나무출판사 주간, 오성윤 애니메이션 감독, 최용배 영화사 청어람 대표, 김보성 마포문화재단 대표, 김영등 일상창작예술센터 대표, 서철원 소설가, 김옥영 한국방송작가협회 고문 등 7명이 콘진원 사업 관련 블랙리스트에 올라 배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7명이 블랙리스트에 등재된 사유는 이명박정부 국정운영방식 규탄 시국선언, 노무현 지지선언, 문재인 후보 대선광고 촬영, 영화 '26년' 초반부 애니메이션 제작, 영화 '26년' 제작사, 용산참사 해결 시국선언, 전라북도 문화예술인 115명 문재인 지지선언, 문재인 멘토단 등이었다.
진상조사위 조사 결과,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의 경우 이진희 주간, 오성윤 감독, 최용배 대표, 김옥영 고문 등은 위 청와대 문건이 작성된 2014년부터 공모사업 심사위원에서 배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심사위원에서 배제된 김옥영 고문은 2010년 스토리 공모 대전 본심 심사위원, 최용배 청어람 대표와 오성윤 애니메이션 감독은 2013년 본심 심사위원, 이진희 주간은 예심 심사위원을 맡았었다.
콘진원 대중문화 콘텐츠산업 육성(음악) 지원사업에서도 2014년부터 김보성 마포문화재단 대표, 김영등 일상창작예술센터 대표 2명이 심사위원에서 배제됐다.
이는 콘진원이 사회적 이슈를 다룬 콘텐츠나 블랙리스트 문화예술인·단체를 배제하기 위해 심사 단계에서부터 블랙리스트를 가동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반적인 심사제도의 공정성에 대해서도 불공정 의혹이 일고 있다.
특히 2016년 '상반기 해외 음악페스티벌' 심사의 경우 콘진원의 담당 사업팀장이 6인을 3회 연속 지정했으며, 그 결과 특정인물들이 3회 연속 심사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콘진원은 2016년 2월·5월·6월 3차례에 걸쳐 상반기 해외 음악페스티벌 심사를 진행했는데, 이 3차례 심사에 모두 동인일이 심사를 맡았다.
사업팀이 심사위원 3명을 추천하면, 이를 감사팀에서 '엑셀 랜덤'으로 추첨, 최종 심사위원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콘진원 측은 "심사위원 2명이 3회 연속 심사위원으로 추첨됐고 이는 우연"이라고 해명했다.
진상조사위 파악결과 심사위원 풀은 21명으로 특정인이 3회 연속 추첨을 통해 최종심사위원이 될 확률은 0.0108%이다. 이와 관련해 진상조사위는 "콘진원 심사위원 등을 대상으로 추가 조사를 진행, 심사 왜곡에 대한 사실을 확인할 예정"이라며 "콘텐츠진흥원 직권조사와 더불어 문화예술인과 단체의 제보를 받고 있다. 익명 제보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