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집에 얹혀 살다 조카 살해… 비정한 외삼촌 ‘무기징역’

입력 2018-02-01 15:59 수정 2018-02-04 10:29
게티이미지뱅크

조카를 흉기로 찔러 잔혹하게 살해한 외삼촌이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조카가 “집에서 나가 달라”고 요구하자 앙심을 품고 살인을 저질렀다.

대구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박준용)는 40대 조카의 목과 얼굴을 흉기로 50여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A(63)씨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미국 시민권자인 A씨는 2010년 귀국해 경북 영덕의 누나 집에서 한국 생활을 시작했다. 2014년 추석 무렵 A씨 아들이 누나 집으로 찾아오자 아들을 집 밖으로 끌어내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A씨를 말리던 조카 B(당시 49)씨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는 등 폭행해 사이가 틀어졌다.

이후 B씨는 A씨에게 “집에서 나가줬으면 좋겠다”고 요구했으나 A씨는 거절했다. 지난해 8월 15일 오전 1시쯤 술에 취한 B씨가 방문을 잠근 A씨에게 “나와서 잠시 이야기 좀 하자”고 문을 두드렸고, 방 안에서 대답이 없자 B씨는 A씨 방문을 발로 찼다.

문 아래쪽이 부서져 구멍이 뚫렸고 B씨는 구멍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허리까지 들어온 B씨를 A씨는 흉기로 사정없이 찔렀다. B씨는 그 자리에서 숨을 거뒀다. A씨 변호인은 항소심에서 “새벽에 술에 취한 피해자가 피고인이 있던 방문을 부수고 들어오려 해 내쫓기 위해 정당방위를 했을 뿐 살해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살인죄는 반드시 살인 목적이나 계획성이 있어야 성립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자기 행위로 타인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일으킬 가능성이나 위험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A씨 측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 “범행 경위와 수법, 피해자가 조카라는 점 등에 비춰 죄질이 아주 불량하다”면서 “수법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잔혹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항소를 기각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