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후보들 “TK의 박정희 향수를 자극하라”

입력 2018-02-01 15:32 수정 2018-02-01 15:57
사진 = 경북 구미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뉴시스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6·13 지방선거에 나설 경북도지사 후보군들이 공천을 앞두고 너도나도 ‘박정희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으로 그동안 지속돼왔던 ‘박정희 마케팅’이 약화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TK(대구·경북)의 ‘박정희 향수’를 자극하는 것은 여전히 유효한 선거 전략으로 꼽히는 모양이다.

현재 한국당 소속으로 경북도지사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김광림 의원, 남유진 전 구미시장, 이철우 의원이 모두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생가를 찾거나 자신의 존경심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 = 지난해 12월 20일 출마선언하는 이철우 의원

우선 지난해 12월 17일 가장 먼저 경북도지사 출사표를 던진 이철우 의원은 출마 선언 직전 현충원에서 참배를 하고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이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눈앞의 현실에만 집착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한테 너무나 큰 가르침을 받았다”며 감사함을 드러냈다.

사진 = 김광림 의원 페이스북 캡처

김광림 의원은 지난달 21일 구미에 위치한 박 전 대통령의 생가를 직접 방문했다. 당시 김 의원은 “보릿고개 배고픔을 해결해주셨고, 산업화로 민주화의 초석과 복지국가로의 기틀을 잡아주신 박정희 대통령님, 감사드립니다”라며 존경심을 표했다.

사진 = 남유진 전 구미시장 출마선언 유투브 영상캡처

남유진 전 구미시장은 이번 선거 타이틀을 아예 ‘리틀 박정희 남유진’으로 내걸었다. 지난 29일 경북도의회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박 대통령 기념우표가 취소돼서 내가 1인 시위를 할 때 그 어느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때마다 생가에 와서 사진만 찍으면 그것이 박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냐”고 강조했다. 남 전 시장은 지난해 출판기념회에선 “나는 박정희라는 거인이 남긴 향기를 맡고 살 수 있어 행복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렇게 자유한국당 공천 후보자들의 ‘박정희 마케팅’이 이어지자 경북도지사 선거에 출마할 예정인 박창호 정의당 경북도당 위원장은 “도지사 선거는 도민을 위한 행정을 잘 할 수 있는 인물을 뽑는 선거이지, 고인이 된 전 대통령의 제사장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의 공과는 역사적 판단에 맡기고, 이제 경북도민의 미래를 위한 정책 대결을 펼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TK 지방선거에서 박 전 대통령을 내세우는 선거 전략은 10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2014년 경북도지사 선거에 도전했던 박승호 전 포항시장은 ‘구미시’를 ‘박정희시’로 바꾸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었다.

송태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