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이철우 의원이 다시 손을 잡았다. 며칠 전까지 이 의원은 ‘경선 전 의원직 사퇴’를 고집하며 경북지사 출마를 선언했고, 홍 대표는 자중을 요구하며 ‘저격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의원은 자신의 정치 신조까지 언급하며 밀고 나가는 듯 보였으나 홍 대표와의 면담 직후 입장을 철회했다.
이 의원은 3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도지사 경선 전 국회의원직 사퇴와 관련해 국민과 경북도민 여러분에게 다소 혼선을 드려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의원직 사퇴 철회 의사를 밝혔다.
그는 “지난해 12월 17일 경북지사 출마를 선언하면서 밝혔듯이 당의 경선 규칙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최고위원직을 유지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판단해 지난 연말에 사퇴했다”며 “능력 있는 인재가 제 고향 김천시 지역구를 맡아 한국당의 지방선거 승리를 도모할 수 있도록 당협위원장직을 함께 내려놓았다. 경선이 임박하면 국회의원직도 사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그간의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홍 대표와의 만남에서 나눈 대화 내용을 언급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홍 대표는 “국민에게 의원직 사퇴라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준 점은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당이 여러가지 사정으로 어려운 가운데 지방 선거를 앞두고 의원 1석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선 전에 의원직을 사퇴하면 경쟁 의원들의 사퇴가 우려되니 경선 전 의원직 사퇴 철회를 당부한다”고 했다.
이에 이 의원은 “당의 어려운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국민과 경북도민에게 약속드린 ‘경선 전 의원직 사퇴’라는 입장을 선당후사(先黨後私) 정신으로 거둬들이기로 했다”며 “약속대로 이행하지 못하게 돼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경선 전 의원직 사퇴와 같은 결연한 의지를 갖고 21대 총선에 불출마할 것을 약속드리며, 경북지사 선거에 임하겠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심기일전해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압승을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대표는 지난 달 30일 페이스북에 이 의원을 겨냥하는 듯한 글을 올리며 “극구 만류해도 고집을 부리고 있어서 공개적으로 한마디 하겠다. 후보가 되면 자동 사퇴다. 후보가 되기 전에 사퇴하겠다는 것은 예비후보 등록을 하기 위해서라고 보이는데 그렇게 되면 보궐선거 러시가 온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 결연한 의지는 높이 사지만 당을 위해서 자중하라”며 “안 그래도 어려운 당인데 후보들마저 당 방침을 따르지 않는다면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라”고 엄포를 놨다.
앞서 이 의원은 같은 달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다른 경쟁자들처럼 양다리 걸치는 식의 어정쩡한 정치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 제 정치 신조”라며 “그동안 당내 경선에 참여해서 패하면 국회의원직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관례였지만 (저는) 경선에 지더라도 의원직 사퇴를 철회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었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