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가상통화를 없애거나 탄압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기재부가 가상화폐 대응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투기 과잉을 억제하고 제도권 편입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김 부총리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시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기재부를 중심으로 가상화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에 “경제를 총괄하는 기관이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2016년 금융위에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고 우리(기재부)가 중요 멤버로 계속 참여했다”며 “과세 등 여러 상황으로 볼 때 기재부가 주무부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총리실과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가상화폐 대응 주무부처를 금융위원회에서 법무부로 이관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거래소 폐지' 발언을 계기로 정부 내 의견 조율에 혼선이 나타나면서 주무부처는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로 옮겨졌다. 김 부총리의 발언은 가상화폐 대응 주무부처럼 기재부로 이관될 가능성을 암시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부총리는 가상화폐를 법정 통화로 볼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화폐’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견도 냈다. 김 부총리는 발언 내내 ‘가상통화’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김 부총리는 “가상통화의 개념이 아직 불분명하다. 국제적으로 정비되지 않았다. ‘화폐’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법적 지급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총리는 그러면서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정부는) 가상통화를 없애거나 탄압할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는 “전자상거래법으로 미흡하게 규제되는 27개 가상통화 취급업소(거래소)가 가장 큰 문제다. 정부 TF에서 시급히 논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상통화 과세 계획에 대해서는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국제사회도 한국의 가상통화 정책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 한국이 롤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정도의 생각까지 든다”고 했다.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의 분리 대응 방안과 관련해서는 “이론이 분분하다. 블록체인에 4차 산업혁명 기반 기술의 잠재력이 많기 때문에 육성해야 한다. 가상통화의 부작용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이 없도록 합리적인 규제를 해야 한다는 문제가 병립해 있다”고 진단했다.
김 부총리는 이날 한때 가상통화 규제 반대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한 정부 입장 발표자로 언급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가상화폐 정부발표’ ‘총선 때 보자’와 같은 키워드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순위에서 요동쳤다. 기재부는 해명자료를 내고 “가상통화 대책 발표를 계획한 적이 없다. 앞으로도 발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