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부가 법원 여자화장실에서 결혼한 사연

입력 2018-01-31 15:50
사진: 뉴욕포스트

새해가 밝고 그 다음날인 1월 2일, 미국 뉴저지주 몬머스 카운티 법원의 여자화장실에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오션타운십에 사는 브라이언 슐츠와 마리아 슐츠의 ‘특별한’ 결혼식이 열렸다.

25일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이들은 원래 판사실에서 결혼식을 하기로 돼 있었다. 미국에서는 법원에 찾아가 판사 앞에서 선서하며 결혼식을 올리기도 한다. 예비부부는 설레는 마음으로 밖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함께 법원에 왔다가 잠시 자리를 비운 신랑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 속 어머니는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듯 신음하고 있었다.

어머니를 찾아 헤맨 지 얼마나 지났을까. 마침내 여자화장실에서 쓰러져 있는 어머니를 발견했다. 얼굴은 창백하고 숨도 가빴다. 곧바로 달려온 구조대와 경찰이 인공호흡을 실시했고 어머니는 점점 의식을 회복했다. 천만다행이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다시 판사실로 가서 결혼식을 지켜볼 정도는 아니었다. 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서약하고 싶었던 예비부부는 결혼식을 취소하거나 연기해야 할 상황이었다. 만약 이날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다면 다시 45일을 기다려야 했다.

사정을 들은 경찰관 레너드 맥스필드는 판사를 모셔와 이곳, 여자화장실에서 결혼서약을 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판사 케이티 검머도 흔쾌히 화장실에서 주례를 서주기로 했다. 그렇게 이 예비부부는 정식 부부가 됐다. 어머니는 옆에서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채 결혼식을 바라봤다.

신랑 브라이언은 “전혀 창피하지 않다”면서 “해변에서 화려하게 결혼식을 올리는 것보다 이 결혼식이 더 멋지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